현대백화점(069960)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8배가 넘는 자금을 모았다. 수요 예측 흥행에도 미국발(發) 긴축 장기화 우려에 조달 금리는 직전 발행보다 0.8%포인트(p)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인 현대백화점은 이날 2000억 원을 모집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 72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 만기는 800억 원 모집에 7100억 원, 3년물은 1200억 원에 1조 100억 원이 들어왔다. 주문 수요를 넉넉히 받은 현대백화점은 13일 20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안정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희망 금리 범위로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2년물과 3년물 모두 -1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시장이 평가한 현대백화점 채권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시장가보다 조달 금리를 낮추게 됐음에도 실제 현대백화점이 부담해야 할 금융 비용은 직전 발행보다 커질 전망이다. 전날 미국 국채 금리가 튀어 오르면서 국내 회사채 금리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4일 현대백화점 회사채 2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는 각각 4.58%, 4.73%다. 전 거래일 대비 2년물은 22.7bp, 3년물은 27bp씩 올랐다. 발행 금리 수준이 결정되는 12일까지 민평금리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수요예측 결과를 적용한 최종 발행 금리는 2년물 약 4.48%, 3년물 약 4.63%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올 4월 30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때 금리는 2년물 3.75%, 3년물 3.82%였다. 불과 6개월 만에 조달금리가 약 80bp나 오르는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11월 만기를 맞는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2000억 원 규모 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문아영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과점구조인 국내 백화점 시장에서 매우 우수한 사업기반을 구축해 매년 4000억~5000억 원 내외의 영업현금흐름을 꾸준히 창출했다”며 “회사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높은 운영 효율성, 면세 부문의 수익구조 개선 노력과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력 등을 감안할 때 회사는 중단기적으로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