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최다 합격생 배출' '수능 출제 경력 강사' 허위 광고…칼 빼든 공정위 [뒷북경제]

공정위, 대입 학원 5곳·교재 출판사 4곳 제재 착수

'수능 출제' 허위 광고에 '최다 수강생' 부풀리기도

최대 100억 넘는 과징금 가능성…"연내 제재 완료"





공정거래위원회가 ‘최다 합격생 배출’ 등 현란한 표현을 근거도 없이 이용해 광고한 사교육 업체에 칼을 빼 들었습니다. 대학 입시 학원 및 교재 출판 업체 9곳의 부당 광고 혐의를 포착하고 제재 절차에 본격 착수한 것입니다. 지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주문한 지 111일, 교육부의 요청으로 조사를 시작한 지 85일 만입니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사교육 관련 9개 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19건을 확인, 이들에게 심사보고서를 송부했습니다.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 등 대입학원 5곳과 상상국어평가연구소 등 교재 출판 업체 4곳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심사보고서는 검찰 수사로 따지면 공소장과 비슷합니다. 즉 심사보고서 발송은 공정위 제재 절차의 첫 단계나 마찬가지죠. 이후 피심의자의 의견 개진 및 청취 절차를 거친 뒤 최종 심의에서 제재 수위가 확정됩니다. 이 모든 절차가 완료되기까지 보통 4개월 이상 걸리는데, 공정위는 심사에 속도를 내 연내 제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업체가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된 경위를 살펴보겠습니다. 강사와 교재 집필진의 수능 출제 참여 경력을 허위·과장 광고한 경우(5개 업체, 법 위반 혐의 7건)가 가장 많았습니다.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경력이 없는데 있다고 거짓 광고하거나, 단순 검토위원 경험이나 모의고사 출제 경력을 수능 출제위원 경력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출제 과정에서 인지한 사실과 경험 등을 비밀로 한다’라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합니다. 그런데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출제 경험을 알릴 뿐아니라 이를 부풀려 광고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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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강생과 대학 합격생 수를 과장한 경우(업체 4곳·법 위반 혐의 4건)도 있었습니다. ‘최다 수강생 등록’, ‘최다 합격자 배출’ 등의 표현을 이용해 과장 광고한 경우입니다. 이렇게 광고한 업체들은 공정위 조사를 받을 때 그 근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들 업체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내 메이저 업체가 수강료 환급 조건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특정 대학에 합격하면 수강료 일부를 돌려 준다고 광고했을 뿐 실제 입학 여부, 일정 기간 재학 등 구체적인 환급 조건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던 것이죠. ‘수강료 환급’이라는 광고에 강의를 들었고, 대학 합격 후 환급을 요청했던 학생들이 나중에서야 까다로운 조건들을 듣고 수강료를 돌려받지 못해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고 합니다.

이제 관심은 공정위의 제재 수위로 쏠리고 있습니다. 최대 1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야 할 업체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업체에 따라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표시광고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상한은 관련 매출액(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의 2%인데요. 역산해보면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 100억 원대의 과징금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공정위는 ‘교재 끼워팔기’ 등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재와 학원비, 시설 이용비 등을 묶어 팔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업체에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수능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통상 이때 사교육 업체는 학원 수강 및 교재 판매를 위한 홍보에 막판 스퍼트를 올립니다. 그런데 공정위의 이 같은 강도 높은 행보에 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관계자는 “명확한 집계 기준 없이 무작정 1위라고 광고한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여태껏 관행처럼 해왔던 것을 갑자기 엄격하게 잡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웃풋(입시 결과)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인데 앞으로 무엇을 강조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종=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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