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질서가 신냉전으로 요동치는 가운데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불이 붙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갈등 등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 미국이 국제 분쟁에 대한 개입을 줄이면서 빚어진 힘의 공백으로 ‘전쟁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동북아시아에서 갑자기 전쟁이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북한은 ‘햇볕 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1·2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의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러 국경 지역인 두만강역에서 화물을 실은 궤도차 총 73량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한의 재래식무기 지원을 대가로 러시아가 첨단 무기 기술을 넘겨주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되면서 한반도의 안보 환경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하마스가 5000발 이상의 로켓으로 ‘소나기 기습 공격’을 하자 90% 이상의 요격률을 보였던 이스라엘 요격 시스템 ‘아이언 돔’도 속수무책이었다. 북한은 개전 1시간 내에 최대 1만 6000발의 포탄·로켓탄 등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고 한다. ‘압도적 힘을 키우자’는 구호만으로는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처할 수 없다. ‘오늘 당장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실전 훈련을 반복해 즉각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대규모 실전 훈련 중단과 군 기강 해이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아군 미사일이 후방에 떨어지고 북한의 무인기 침투에 서울마저 뚫리는 사태로 이어졌음을 상기해야 한다. 한미 동맹 강화로 북핵 억지력을 높이고 한국형 3축 체계의 고도화도 서둘러야 한다. 신중동 전쟁으로 9일 국제 유가가 4.3%나 급등했고 달러·금 등 안전 자산 수요가 커졌다. 정부는 고금리 등의 파고 속에 중동 리스크의 경제적 파장이 확대되는 것에 대비해 선제적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