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비 시스템 시장의 70% 이상을 한 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에서 해킹 사고 등이 일어날 경우 관리비 대란 우려가 제기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는 관리비 시장의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관리비 의무 관리 대상(1109만 7300가구) 중 72.5%(804만 가구)의 관리비 시스템을 A사(社) 한곳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규모 2위인 I사의 점유율이 10.5%, 3위인 H사는 3.2%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아파트 관리비 시스템을 A사가 관리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대부분의 아파트 현장에서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관리비 부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전산프로그램(ERP)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사가 ERP로 벌어들이는 관리비 수수료만 한 해 5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입주민의 80% 이상이 관리비를 자동 납부(카드·자동이체) 방식으로 내는데 이때 금융사와 연계해 발생하는 수수료를 더하면 A사의 수익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유지되다 서버 이상이나 해킹 등이 일어나는 경우다. 사실상 독점 구조이다 보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과독점 구조가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며 입주자에게 더 큰 관리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A사에 대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관리비 시스템을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국토부는 아파트 관리비 시장구조 관련 실태 파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국토부는 “아파트 관리비 업계 시장구조 관련 자료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장철민 의원은 “해킹이나 정보 유출 사고 등에 전 국민이 무방비로 노출된 만큼 국토부가 더 늦기 전에 전국 아파트 관리비 시스템 시장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