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계가 값싼 중국산 제품들의 공세에 맞서 ‘방파제’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화해 반격을 꾀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한 강소기업들이 생산 확대에 본격 나서면서 시장 회복과 동시에 공세 전환을 위한 신호탄을 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산에 맥없이 시장을 내줬던 전기버스·전기이륜차·서빙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소·벤처기업계는 국내 시장 수성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일전도 벼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철도 전문 중견기업 우진산전은 현재 약 400억 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경북 김천의 전기버스 공장을 내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재 연간 400대가량인 전기버스 생산능력이 단번에 1000대가량으로 늘어난다. 제품 라인업도 굴절 전기버스, 고상 전기버스, 양문형 전기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SDI 등 대기업, 제주도 등 지자체 등 신규 고객사가 늘고 있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중국 기업들에 시장을 빼앗겨 5%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8월 하이거버스, BYD(비야디) 등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점유율은 43.6%에 달했다.
배터리 중견·중소기업들은 2차전지의 필수 소재인 전구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생산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구체는 배터리 필수 소재인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소재지만 수입산 가운데 중국 비중이 90%를 넘는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켐코·엘앤에프 등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올해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전구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60%가량을 차지한 서빙로봇 분야에서는 기술력으로 차별화한 스타트업의 활약이 돋보인다. 베어로보틱스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 중 가장 많은 접시를 나를 수 있는 ‘서비 플러스’를, 알티지는 100% 국내 기술로 주문·서빙·결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엘리베이터까지 탑승할 수 있는 ‘써봇’을 출시하고 중국산 제품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제품에 대항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들은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계의 고용 안정성을 강화해줄 것”이라며 “이들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금융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