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를 제작한 후로 한국 분들을 만나면 ‘오겡키데스카(잘 지내셨나요?)'라고 인사하더군요. 그래선지 한국을 친근한 친척처럼 느껴 왔습니다.” (이와이 슌지)
“공감도 중요하지만, 영화는 그 너머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괴물’은 소년들에게 버려진 채로 남겨진 어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영화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13일까지 이어지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일본의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눈도장을 찍었다.
“부국제, 형제 같은 영화제”…'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키리에의 노래’로 돌아오다
영화 ‘러브레터(1995)’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60) 감독은 신작 ‘키리에의 노래’로 돌아왔다. 그는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을 통해 선보이는 이번 작품으로 동일본 대지진이 남긴 상흔을 되짚는다. 영화 속 ‘루카(아이나 디 엔드)’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되지만, 노래로는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길거리 가수 ‘키리에’가 된 그에게 모든 것은 불안정하게만 보인다.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진행한 ‘키리에의 노래’ 기자간담회에서 이와이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이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야기현 센다이에서 나고 자랐는데 고향이 큰 피해를 입어 당시 충격을 받았다”면서 “언젠가는 영화로 이 주제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와이 감독이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이달 정식 개봉 예정이다.
‘괴물’ 같은 이 시대의 소문과 진실…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괴물’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61) 감독도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을 통해 부산을 찾았다. ‘괴물’은 담임 선생님에게 아들이 폭언을 들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난 어머니가 학교를 찾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어머니의 시점과 담임 선생님의 시점, 아이들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전모는 어른들과 유리된 아이들의 세계를 드러낸다.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 직접 각본을 쓰면서 영화를 작업해 온 그이지만, 이번 작품은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 힘을 합쳤다. 그 때문인지 영화는 기존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결로 다가온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는 평소 써왔던 시나리오에는 없는 요소가 많이 포함됐다”면서 “관객들이 오해한 채로 영화가 전개돼, 관객들이 등장인물처럼 소년들을 궁지로 몰았다는 깨달음을 준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올해 세상을 떠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담겨 감동을 자아낸다. 고레에다 감독은 “사카모토 류이치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며 음악을 만들었다.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괴물’은 다음달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촉망받는 감독으로 떠오른 하마구치 류스케가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통해 10일 영화제를 방문했다. ‘아이콘’ 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마을에 한 회사가 글램핑 야영장을 건설하려 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을 다룬다. 영화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