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정부 여당 심판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2~13일 전국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 여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에 동의한 응답자가 61.5%에 이르렀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 가운데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은 69.3%에 달해 중도층의 이반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줬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답변도 56.4%에 달했으나 여권 심판론이 더 우세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선 당시 오세훈 후보가 54%의 득표율로 승리했던 강서구에서 이번에 국민의힘이 17.15%포인트 차이로 완패한 주요 요인으로 중도층 이탈이 거론되고 있다.
중도층·중산층·청년 등이 대거 등을 돌린 민심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수도권 위기론’ 확산으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도 여소야대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국정 동력을 상실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과 나라 정상화를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여당의 지지율 하락은 여권 수뇌부의 독선적 국정 운영 스타일과 오만한 자세, 안이한 인식 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위기 불감증’부터 고치지 않으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책임론과 당 쇄신 요구에 임명직 당직자 사퇴 등의 ‘찔끔 쇄신’으로 어물쩍 넘기려 하고 있다.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윤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의 인식과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독선·독주에서 벗어나 당 안팎의 쓴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올 3월 여당 대표 경선 당시 크게 훼손된 당내 민주주의 원칙을 복원하고 여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여권은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에 매달리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념·진영 대신에 실용·상식과 민생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여권이 실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고루 기용해 3대 개혁과 경제 살리기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의 심판이 재연되는 것을 막고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