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선거 출구조사 결과 야권 연합이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서 8년 동안 이어진 집권당 법과정의당(PiS)의 정책이 대대적 변화의 기로에 섰다. 이대로 최종 결과가 확정될 경우 폴란드가 반(反)유럽연합(EU) 노선에서 벗어나 난민·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고 판사들의 독립권 및 여성의 낙태 권리 등을 회복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간) 실시된 폴란드 총선 출구조사에서 집권당인 민족주의 성향의 보수정당 PiS는 36.8%를 득표하는 데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민족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극우 정당 자유독립연맹당의 득표율도 6.2%에 불과해 우파 정당은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야권 연합은 과반 의석수 확보가 확실한 상황이다. 연립정부 구성을 결의한 군소 정당들이 단일화한 시민연합(PO)이 31.6%, 제3의길(PSL)이 13.0%, 신좌파당이 8.6%를 득표할 것으로 집계됐다. 폴란드의 하원 의석수는 모두 460석으로 이번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야권 연합이 248석을 확보하게 돼 넉넉히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게 된다.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야권 연합을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PO 대표 겸 전 유럽 평의회 의장은 “PiS의 통치와 악의 시대가 끝났다”며 “민주주의 쟁취와 폴란드의 재탄생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반면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PiS 대표는 “최종 결과는 불확실하고 다시 정권을 잡을 방법은 남아 있다”며 “야권 연정 상황에서도 우리의 정책은 실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PiS는 야당 진영에서 군소 정당 일부가 이탈해 집권당과 손잡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번 폴란드 총선은 올해 EU 회원 국가 선거 중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혔다. 2015년 PiS가 집권한 후 폴란드는 사사건건 EU 정책에 반기를 들며 유럽 내 분열을 일으켜왔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 PiS와 극우 정당의 연정 구성이 점쳐지며 EU 회원국들의 우려가 컸으나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며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보리스 부드카 전 PO 대표는 “야당의 승리로 폴란드와 EU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폴렉시트(폴란드의 EU 탈퇴)’ 위협이 종식됐다”고 강조했다. PO는 총선 유세 기간 내내 폴란드의 대외 노선을 친EU로 재배치하고 판사들의 독립권을 회복시켜 보류된 수십억 유로의 EU 자금을 다시 받아내겠다고 강조해왔다. 아울러 난민 수용 거부 및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정책도 긍정적 방향으로 재논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폴란드의 정치 분열이 극심해 출구조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2주 전 슬로바키아 총선에서도 출구조사에서는 진보 야당 지도자가 앞설 것으로 집계됐으나 최종 결과에서는 포퓰리즘 성향의 여당 지도자가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