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유지에 막막함을 느끼던 A 씨는 올 1월 교도소에 들어갈 목적으로 강원도 원주의 한 도로에서 5만 원짜리 철제 발판 1개를 훔쳤다. 이미 한 차례 절도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후였기 때문에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일할 생각도 없고, 일정한 주거지도 없다”면서 “차라리 교도소에 보내달라”고 답했다.
얼어붙은 경제 상황에 소액 절도 등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당장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정한 집과 돈벌이 수단을 구하지 못해 교도소 생활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10만 원 이하 소액 절도 사건 건수는 2018년 5만 9402건 수준에서 지난해 8만 건을 넘기며 2만 건 이상 폭증했다. 특히 1만 원 이하 절도 사건은 2018년 1만 3341건에서 지난해 2만 3788건으로 약 75%(1만 447건)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절도 범죄 피해 금액 상당수는 100만 원 이하의 소액에 해당한다”면서 “100만 원 이하 비율이 35.5%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10만 원 이하(31.2%), 1만 원 이하(13.1%) 순”이라고 밝혔다.
단순 절도범들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나 본안 재판에서 “본인을 교도소로 보내달라”고 호소한다. 30대 남성 B 씨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여섯 차례나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그는 출소 후 경제적 궁핍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청주의 한 PC방 등에서 또다시 돈을 훔쳐 수감되는 길을 택했다. 재판부는 B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건전한 근로 의식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피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와 따뜻한 보살핌의 손길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판시했다.
절도뿐만이 아니다. 교도소 생활을 선택할 정도로 생계가 막막한 이들은 징역을 선고받기 위해 가지각색의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선다. 이때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혐의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한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C 씨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 시달리던 중 광주의 한 여인숙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고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벽에 걸려 있던 시가 미상의 텔레비전을 바닥에 집어던져 깨뜨리고 인근 마트에서 컵라면 등을 훔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D 씨 역시 지난해 7월 안산의 한 파출소 주차장에서 “출소한 이후 다시 범행을 저질러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유로 순찰차의 앞 유리에 돌을 던져 징역 1년형이 확정됐다.
재판부의 고민도 깊다. 일부 판사들은 이 같은 사연을 감형 요소로 보고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내리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법원은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E 씨에 대해 벌금 300만 원형을 선고했다. E 씨는 과거 연인 사이였던 40대 여성의 집을 찾아가 30㎝가 넘는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법정에 섰지만 E 씨가 피해 여성에게 “경찰에 신고해서 감방에 보내달라”는 취지로 말했던 점이 드러나면서 감형 받았다. 당시 피해 여성은 “신고를 안 하려고 했는데, E 씨가 자꾸 신고를 안 하냐고, 자기가 힘드니까 살기 싫다고 감방에 좀 보내달라고 말했다”면서 “피고인이 교도소에 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람들이 교도소를 찾는 단계에 이르기 전에 미리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도소를 쉼터로 보고 도피하려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소외되고 낙오된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한 사람을 교도소에 수용하는 데 드는 경비가 1년에 2500만~3000만 원 정도 든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비용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우리 사회가 소외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피고 생산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