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학 기금은 지역사회 경제 엔진…자율성·전문성 보장해야"

◆에릭 룬드버그 미시간대 CIO

입사 후 기금 7배 불려…미국 내 10위

"투자 다각화 필수, 대체투자 고려해야"

에릭 룬드버그 미시간대학교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기금 운용에 대한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시은 기자에릭 룬드버그 미시간대학교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기금 운용에 대한 자율성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사진=박시은 기자




"미국 대학교의 기금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 활동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24일 미국 동부 미시간주에 위치한 대학 도시 앤아버를 찾았다. 앤아버는 미시간대학교 캠퍼스가 있는 지역으로, 대학 부설 병원과 연구센터, 병원 등 대학 관련 시설이 도시 전체를 이루고 있는 대표적인 학문의 도시다. 디트로이트 국제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50분 쯤 달리니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 미시간대 캠퍼스가 나왔다. 미시간대의 거대 기금을 책임지고 있는 투자사무소는 학교 캠퍼스에서 8블록 떨어진 오피스 빌딩에 있었다.

에릭 룬드버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이곳에서 대학 기금을 운용하며 느낀 소회는 남다르다. 1999년 미시간대학교에 입사한 룬드버그 는 현재 재임 중인 미국 대학교 CIO 중 가장 오랜 경력을 보유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룬드버그가 합류할 당시 25억 달러였던 미시간대의 기금규모는 현재 180억 달러로 불어났다. 미국 전체 대학 중 10위, 공립 대학 중에선 7위 수준이다.

재임 기간 기금을 7배 넘게 불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룬드버그는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꼽았다. 그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최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 활동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며 "사무소에 있는 직원들이 투자 전문가로서 자유롭게 자산을 분배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가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시에 위치한 미시간대학교 기금 투자사무소./사진=박시은 기자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시에 위치한 미시간대학교 기금 투자사무소./사진=박시은 기자


룬드버그가 이끌고 있는 미시간대학교 기금 투자 사무소는 대학교와 완전히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원들의 성과 보수 체계도 대학 교직원과는 구분돼 있다. 룬드버그는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업계 수준은 아니지만 안정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업무를 원하는 사람에겐 적합한 수준의 보수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소에 있는 12명의 직원들은 각자 맡은 자산을 선별된 자산운용사에 맡겨 관리한다. 2022년 말 기준 미시간대 투자 사무소가 기록한 1년 간 기금 수익률은 2.1%, 5년 평균 수익률은 11.6%였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대학 기금이 낸 수익률은 각각 -6.6%, 8.6%였다. 특히 많은 경제 불황과 금리 상승 등으로 많은 대학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2022년에도 2%대 수익을 낸 것이 눈의 띈다.



룬드버그는 "변동성이 많았던 시기에 대체투자 자산에서 큰 수익을 낸 것이 전체 자산 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시간대는 대체투자에 가장 많은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미시간대 투자 사무소의 투자 자산 비중은 벤처·프라이빗에쿼티(사모주식) 투자가 41.4%로 가장 많다. 이어 절대수익자산이 18.4%, 천연자산 12.1%, 주식 10.2%, 부동산 9.7%, 현금 4.6%, 채권 3.6% 등으로 자산이 배분되어 있다. 예적금이나 주식 및 채권 투자로 자산의 대부분을 분재하는 국내 대학 기금들과 대조적이다.



일반적으로 대체자산은 전통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더 큰 위험성이 있지만 동시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룬드버그는 "대체자산 투자는 분명 전통자산에 비해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공격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수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룬드버그는 기금의 성장은 곧 지역사회 고용 창출과 발전으로 이어지는 만큼 세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시간대의 경우 교육 및 연구 부문에만 약 5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며 “대학교가 그 지역의 가장 큰 경제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금 운용에 어떤 제약을 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기금이 늘어날 수록 대학은 병원 및 연구시설 증설 등 시설 투자를 늘리게 되고 이는 지역 내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진다"며 "자유로운 권리를 보장받은 투자 전문가들이 최상의 수익을 내고 다시 이 수익을 다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룬드버그는 내년 투자 정책 수립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여러 정치적·경제적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 자산을 다양하게 배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되거나 글로벌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금리 상승 기조에서는 안정적인 투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투자 대상을 다각화하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시간대 투자 사무소는 최근 에너지 자원 분야에도 주목하고 있다. 룬드버그는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 방식이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하면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 관련 투자처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입사 24년 째를 맞은 룬드버그는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금융투자업계의 제안에도 대학 투자 사무소를 떠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사명감'을 들었다. 그는 "높은 연봉과 획기적인 투자 성과도 좋지만 내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앤아버=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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