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안전진단 비용 지원 사업을 시작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비용 지원을 받은 단지는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진단 통과가 무산될 경우 일부 소유자들이 비용을 전부 반환해는 구조로 인해 지원 신청이 저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받은 곳은 노원구 상계임광아파트 한 곳이었다. 올 3월 개정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을 희망하는 단지가 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 자치구에 요청할 경우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신청이 저조한 이유는 일부 주민에게 채무 반환 의무가 발생하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시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의 최대 10명 이내의 주민대표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해 융자를 받게 하는 방식으로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데,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등 재건축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주민대표들이 지원받은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 만약 주민들이 반환하지 않을 경우 보증보험사가 변제하고 주민대표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10명 이내의 주민대표가 수천만~수억 원을 변제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안전진단 비용은 통상 300여 가구는 1억 원대 중반, 1000가구는 3억 원대에 달한다.
이 때문에 비용 지원 신청을 고려하던 재건축 추진위들은 결국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준공 34년차를 맞은 한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관계자는 “수개월째 안전진단 비용을 모금받고 있음에도 목표금액을 달성하지 못해 융자 지원을 고려했지만 포기했다”며 “안전진단에 통과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한 사람당 순식간에 수천만 원의 빚을 떠안게 되는데 누가 선뜻 나서서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시에서는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완화된 데다 재건축은 엄연히 민간 사업인 만큼 소유자들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주민대표 뿐만이 아니라 안전진단 비용 지원사업에 동의한 일반 주민들도 융자금에 대한 채무 변제 의무가 있기 때문에 주민대표가 오롯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지원 업무처리기준은 비용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토지등 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이들이 주민대표에게 융자금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민대표가 동의 소유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일 뿐이고 융자금 반환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주민대표가 져야한다"며 "이같은 구조로 인해 지원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