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본을 비롯한 해외 고객사의 깐깐한 검증을 통과한 끝에 올해 100만 대 이상의 자동차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를 발판으로 본격적인 외형 성장에 나설 계획입니다. 4년 후 공급 규모를 10배 가량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사업 목표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에서 핵심 키플레이어로 자리 잡겠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그는 미국에 출장을 다녀오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유럽, 일본에 이어 미국으로 완성차 업계와의 협력관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50개 이상 차종에 소프트웨어 탑재
스트라드비젼의 소프트웨어 ‘SVNet’은 사람의 시신경 역할을 담당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차량 카메라에 포착된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차선, 신호등 등을 인식해준다.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인 셈이다.
2019년 양산 이후 불과 4년 만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13곳에 공급될 정도로 남다른 기술력을 자랑한다. 현재 50개 이상 차종이 이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안전한 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2027년에는 연간 공급량을 올해보다 10배 가량 많은 1000만대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특히 내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모든 신차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레벨 2단계에 해당하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본격적인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김 대표는 “국내를 비롯한 미국·일본·독일·중국에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전장 분야의 강자인 LG전자, 현대모비스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해외 시장에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품질 관리에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일본 완성차 업체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자동차 기능 안전 표준을 인증받으며 객관적인 외부 검증을 통과한 덕택이다. 김 대표는 “일본에선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분야가 탄탄한 반면 차량용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은 아직 더딘 편”이라며 “IT 전환이 늦은 일본 시장에서 앞으로 추가 고객사 확보 등 사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점은 고효율…“보행자 감지 후 몇 초 이내 충돌할 지 곧바로 계산”
스트라드비젼의 경쟁력은 객체 인식 기능이 보다 효율적으로 구현하도록 지원해 보급형 차종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데 있다. 자동차가 점차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작동하는 전자제품으로 발전하면서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해졌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할수록 차에 내장되는 반도체도 늘어나 차량 생산 비용이 치솟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SVNet은 최소한의 연산과 전력 소비만으로 딥러닝 기반 객체 인식 기능을 구현하는 초경량, 고효율 솔루션”이라며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프로세서보다 연산 능력이 수십 분의 1 수준으로 낮은 저가형 반도체로도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객체 인식 능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지 능력의 핵심은 주변 객체를 놓치지 않는 동시에 정확하게 어떤 사물인지 포착해내는 것”이라며 “극한의 기상 조건에서도 물체가 작거나 흐릿해져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보행자를 감지한 뒤에는 차량이 현재 속도를 기준으로 몇 초 내로 충돌할 수 있는지까지 계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수한 IT 역량은 개발진이 뒷받침하고 있다. 전체 직원 300여 명 중 개발자 비중이 75% 이상을 차지한다. 회사를 이끄는 김 대표는 수십년 간 객체 인식 분야에 몸담아왔다. 그가 2006년 처음 창업한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올라웍스는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2012년 인텔이 올라웍스를 35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인텔코리아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지내다가 2014년 스트라드비젼 창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지난 해에는 구글 웨이모 출신 심지웅(잭 심) 엔지니어를 신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기도 했다. 심 CTO는 구글 리서치, 웨이모에서 객체 인식 기술, 자율주행 트럭을 위한 머신러닝 모델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팀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급변하는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라이다 센서 사용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라이다 기술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어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필요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오직 카메라에 의존하는 센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머스크 견해대로 라이다 없이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래 자율주행 산업에서 스트라드비젼의 솔루션은 카메라의 기능을 극대화해주는 만큼 활용도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하반기 IPO 추진…"기술력 우위 인정 받아"
스트라드비젼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기술특례 상장 방식의 IPO를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 전문기관으로부터 모의 기술성을 평가받은 결과 A등급을 획득했다. 독자 기술력에 힘입어 이미 1558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누적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IPO에 흥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앞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LG전자와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은 물론 미국의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외부 기관에선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해 경쟁 우위에 있다는 점을 높게 본다”면서 “올해에는 경영 효율화에 공을 들였고 내년부터는 상장에 힘입어 회사의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