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벤처기업 투자·지원 목적의 모펀드인 성장사다리펀드2호(가칭)의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펀드 운용을 지휘할 운용사가 어디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탁운용사로 선정될 경우 향후 15년 동안 운용할 1조 원 규모의 자산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운용사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조만간 발표될 성장사다리펀드2호의 위탁운용사 공개 모집 참여를 놓고 막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결성된 성장사다리펀드1호는 별도의 심사 없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운용을 맡아왔는데, 최근 금융위원회가 성장사다리펀드2호부터는 공모 방식을 통해 운용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선정 공고 시기와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달 말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 성장사다리펀드 출자기관들이 펀드 출범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하고, 이르면 내달 초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고가 나올 전망이다. 지원 자격의 경우 올 상반기 이뤄진 산은의 ‘혁신성장펀드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산은은 지원 자격으로 일반사모집합투자기구를 운용할 수 있고 기존 운용자산 규모 1조 원 이상을 제시했다.
현재 금융위와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성장사다리펀드2호 위탁운용사를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 구성과 막바지 출자 조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심사위원회는 자금 출자 비율에 따라 산은 인사 3명, 기은 1명, 창업재단 1명에 출자자별로 1명씩 추가로 추천을 받은 외부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산은이 위탁운용사 선정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 모험자본 시장을 이끌어 온 성장사다리펀드의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벤처투자에 관심이 있는 자산운용들사 입장에서는 이번이 놓치기 힘든 기회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장사다리펀드2호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곳은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성장사다리펀드2호 위탁운용사 선정에는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도전장을 던질 전망이다. 그동안 산은의 재정모펀드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했던 곳들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동안 재정모펀드 출자사업에는 성장금융은 물론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IBK자산운용, 멀티에셋자산운용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최근 산은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를 결성한 우리자산운용도 거론된다.
자산운용업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성장사다리펀드2호의 위탁운용사가 몇 곳이 될지다. 업계에서는 복수의 위탁운용사 선정을 바라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단수 선정 가능성이 높다면 지원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기대와 달리 펀드 출자기관들에서는 단수 선정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성장사다리펀드1호도 성장금융이 큰 무리 없이 단독으로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한 출자기관의 관계자는 “단수 선정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며 “다만 심사 과정에서 우수한 운용사가 지원한다면 복수로 선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