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국민 통합과 민생을 강조한 상황과 무색하게 노동계와 정부(노정) 갈등이 점점 심화될 분위기다. 정부가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는 노조 회계 회계 공시에 이어 정부위원회의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역할 재편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렸기 때문이다. 우려는 양대 노총 파트너인 고용노동부도 같은 방향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정이 강대강으로 부딪힐 상황이다.
19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 참여 확대 방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양대노총의 최저임금 위원 축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근로자위원 추천권은 법 상 양대노총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근로자위원은 양대노총이 양분한다. 고용부는 최저임금위 구성 개편 방향을 사실상 가늠하게 했다. 17일 산업재해 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양대노총에게 주어진 추천권을 다른 노조로까지 넓히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고용부는 전일 두 위원회 개편안에 대해 확정안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정부위원회에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담아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이미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제외했다.
양대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전일 양대노총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정부에 우호적인 노조 인사를 선임해 산재예방심의위를 마음대로 휘두르겠다는 의미”라며 입법예고안 폐기를 촉구했다. 최저임금위 개편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날 비판 입장을 낼 방침이다. 노동 정책부처인 고용부가 정부위원회에서 양대노총 역할을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양대노총의 당혹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 역할 재편 움직임은 정부의 노동 개혁 방향과 우리나라 노조 지형 구조에 기인한다. 정부의 노동 개혁 방향은 일하는 근로자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14% 박스권에 갇혔다. 나머지 비노조 근로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위원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반대로 양대노총이 위원회에서 현재처럼 노동계 대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10~14% 노조원 중 90% 가까이 양대 노총 소속이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이 노조를 대표하는 단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대 노총도 매년 이뤄지는 최저임금 심의를 가장 큰 과제로 여기고 있다.
우려는 노정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정부위원회의 양대 노총 역할 축소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이미 양대 노총은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화를 비롯해 노동 정책 전반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내달 11일 각각 10만명, 20만명 참석을 목표로 정권 규탄 서울 도심 집회를 연다.
고용부의 양대노총 위원회 역할 축소 움직임은 26일 열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앞선 국감에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향해 최저임금위처럼 노사 참여로 운영이 되지 않는 점을 질타했다. 경사노위는 양대 노총 불참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인 탓이다. 만일 고용부가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제외한다면, 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위를 칭찬한 게 머쓱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갈등을 줄이고 민생을 더 돌보는 국정을 예고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통합위원회와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했고 전일에도 여당 지도부를 만났다. 윤 대통령은 전일 참모진과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