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물가가 목표 수준(2.0%)에 수렴하는 시기가 낮춰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대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통화정책 변수로 떠오른 모양새다.
19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직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말 3%대 초반으로 다시 낮아지고 내년에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경제 성장률은 지난 8월 예상한 1.4%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세계 경제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영향으로 경기와 인플레이션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은 국제유가나 주요국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양상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8월 당시 거론했던 중국 경제의 전개 상황은 제외됐다.
금통위는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도 강조했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 순으로 언급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이 새롭게 추가된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추이가 세 번째 순서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