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혼한 전처 집에 수차례 찾아온 남편…대법 "경미한 행위라도 스토킹"

누적·반복된 행위 평가해 스토킹으로 처벌

침해 아닌 '위험범' 판단해 징역 10개월

대법원. 연합뉴스대법원. 연합뉴스




경미한 수준의 행위더라도 누적·반복된 행위로 피해자가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 스토킹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스토킹 범죄 행위를 더 폭넓게 인정하는 판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기각으로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15일부터 11월18일까지 약 한 달간 6차례에 걸쳐 전처인 B씨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며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총 6차례에 걸쳐 피해자 및 자녀들에 접근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1년 3월 B씨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위반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1심은 A씨의 행위를 스토킹범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6차례 중 4차례는 실제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은 스토킹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심은 초기 스토킹행위를 막아 폭행·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됐다는 점,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침해범이 아닌 위험범으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이를 느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 범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씨가 1개월 정도의 기간에 비교적 경미한 개별 행위뿐만 아니라 스스로 스토킹 범행이라고 인정한 행위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불안감·공포심이 비약적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충분해 전체를 스토킹 범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충분 정도'를 판단하는 방법은 관계·지위·성향,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자와 상대방의 언동, 주변의 상황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더라도 누적적·포괄적으로 평가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일련의 스토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안"이라며 "위험범에 관한 선례에 따르면 스토킹범죄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