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 여파로 주요 식품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원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코코아 선물(3월분) 가격은 19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톤당 3169파운드로 마감했다. 아프리카산 카카오 원두를 주로 다루는 런던ICE에서 1920년 코코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로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가격이 60% 넘게 뛰었다. 중남미산을 주로 다루는 미국 뉴욕시장에서도 19일 종가가 톤당 3661달러로 장중 3776달러까지 치솟았던 1979년 이후 약 44년 만에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다.
다른 식품 원자재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 국제 가격도 오름세다. 뉴욕선물거래소에서 원당의 파운드 당 가격은 19일 기준 27.25센트로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47% 넘게 올랐다. 런던 시장에서도 설탕 선물 가격이 지난 18일 톤당 741.80달러까지 치솟았다. 1년 전만 해도 톤당 가격은 510~530달러대에서 움직였다. 카카오, 설탕 외에도 인스턴트 커피 재료로 사용되는 ‘로부스타종’ 원두 선물 가격은 6월, 오렌지주스 선물가격은 이달 사상 최고를 경신한 상태다.
식품 원료의 가격 급등은 이상 기후 속에 주요 산지에서 흉작이 잇따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카카오와 커피 콩의 경우 생산 가능 지역이 한정돼 있어 1개 산지에서의 흉작이 세계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카카오 원두는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올 상반기 집중 호우·홍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설탕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인도는 반대로 가뭄 때문에 풍작이 좋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인도는 국내 물가 억제 등을 이유로 설탕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인도의 설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부와 남부 산지의 사탕수수 재배 지역의 올해 강우량은 과거 평균을 50% 밑돌고 있다. 인도 정부가 사탕수수 수확 부족과 국내 물가를 이유로 설탕 수출 할당 물량을 더 축소할 가능성이 있어 가격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오렌지의 경우 주요 생산지인 미국 플로리다주가 태풍·허리케인 등의 피해를 입어 타격이 컸다. 플로리다주의 2022~2023년 오렌지 생산량은 1934·35년 이후 약 88년 만에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역시 비슷한 수준의 흉작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자와 음료 제품의 가격 인상 압박도 한층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7%(상승)를 기록했는데, 케이크·쿠키류 등이 4.8%, 설탕·과자류가 6.5%, 주스·무알콜 음료가 4.4% 상승해 전체 종합지수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식품 원자재 가격의 변동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을 불러온 엘니뇨가 본격화해 내년 ‘더 뜨거운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는 게 다수 기상학자들의 관측이다. 미국 기후예측센터(CPC)는 내년 3월까지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 기상 패턴이 계속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