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혁재의 칩 비하인드] 국산 AI반도체 육성은 산학협력부터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美업체처럼 '국산' 대학실습 사용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AI반도체도 국내 시장 사수 기대





최근 캐나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는 삼성전자의 4나노 파운드리에서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신생 기업이 큰 주목을 받는 것은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의 거목으로 알려진 짐 켈러이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현재 미국 엔비디아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후발 주자가 시장에 진입할 여지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사용할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으며 텐스토렌트 같은 스타트업도 많이 설립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몇 년간 다수의 AI 반도체 기업이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에서 새로운 컴퓨터 개발을 위해 많은 스타트업이 세워지고 경쟁하던 시기였다. 당시 ‘크레이’라는 슈퍼컴퓨터 회사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 회사를 따라 하는 많은 스타트업이 설립됐다. 필자는 이 시기에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하면서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대학과의 적극적인 산학 협력을 통해 회사의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

관련기사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컴퓨터를 유수의 대학에서 연구·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당시 필자가 재학하던 대학에서도 이러한 컴퓨터들을 사용한 실습 강좌를 다수 개설했다. 반면 이러한 컴퓨터들에는 다수의 오류가 있어 학생들이 문제 해결에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에서의 산학 협력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과 대학이 어떻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깨닫게 됐다. 대학의 학생들에게는 최신 컴퓨터를 사용해보는 것 자체가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컴퓨터를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개발한 컴퓨터의 오류를 해결하고 신뢰도 높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게다가 컴퓨터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우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효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AI 반도체는 가격이 매우 비싸고 AI 관련 작업 처리 시간도 무척 길다. 따라서 최고 성능의 AI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수요는 많이 있다. 최고 성능의 AI 반도체로 하루가 걸리는 작업을 성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하루 반 정도에 실행할 수 있는 국산 AI 반도체가 있다면 이를 활용할 개발자가 많이 있을 수 있다. 또 현재 최고 성능의 AI 반도체를 구하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산 AI 반도체 교육을 받고 사용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라면 글로벌 기업의 AI 반도체를 기다리는 대신 국산 AI 반도체로 충분히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과 경쟁해 국내 시장을 지킨 기업들이 다수 있다. 구글과 경쟁해 검색엔진 시장을 지킨 ‘네이버’도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해 문서 편집기 시장을 지킨 ‘한글’도 있다. 산학 협력을 통해 국산 AI 반도체를 이용한 실습 교육을 많은 국내 대학생들에게 실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국산 AI 반도체도 국내 시장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