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아닌 채소인데 가격이 불편하고, 장소도 불편하고 제로웨이스트(폐기물 최소화)도 불편하고 또 와인 의무주문도 불편하죠. 대신 우리 몸과 지구, 미래세대에는 친절합니다.” 신간 ‘불편한 레스토랑(파람북)’의 저자인 변혜정·안백린 씨는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천년식향’이라는 비건(채식주의자) 레스토랑을 운영한 경험과 단상을 책으로 냈다. ‘오지랖 엉뚱 모녀의 굽신굽신 영업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서울 서초동의 남부터미널 인근 다소 허름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3층에 있다. 그런데 매장에 들어서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억새 색깔이 도는 이미지에 정갈한 가구들이 알맞게 배치됐다. 고급 와인바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한 무대다. 저자는 “제대로 된 채식을 보여주기 위해 시설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한다.
변혜정 씨는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을 역임한 인사고 안백린 씨는 영국 유학파 의학도로, 두 사람은 모녀 관계다. 레스토랑에서 딸은 셰프로 요리담당이고 엄마는 홀 담당이다. ㈜천년식향이라는 회사도 운영하는데 딸이 대표고, 엄마는 이사라고 한다. 변 전 원장은 “레스토랑을 운영한 것은 딸의 의지였다”면서 “어떻게 같이하게 됐는데 운영 경험과 애로사항, 희망들을 풀어쓴 것이 이번 책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딸은 의학도라는 부모의 꿈을 내려놓고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 해방촌에서 사찰음식을 내건 식당 ‘소식’을 연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엄마와 함께 2020년 ‘천년식향’이라는 상호로 본격적인 레스토랑 영업을 시작한다.
특이한 점은 음식값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그리고 와인도 함께 주문해야 한다. 그러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불편한 레스토랑’인 이유다. 또 채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담겼다. 제공되는 요리는 상당히 고급이다. 예를 들면 연시를 5시간 동안 저온 조리하면 참치 같은 식감이 나온다고 한다.
안 대표는 “우리 자연을 위해서는 육식이 아니라 채식이 필요해요. 그런데 채소가 맛없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요리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시설도 좋아야 하죠.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와인이 필수고요”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요리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는 가게의 수지를 맞출 수도 없고 채식 전파도 어렵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한다. ㈜천년식향 회사를 통해 대체육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는 이유란다. 변 전 원장은 “일반 유통점에서 제대로 된 대체육을 만날 경우 비건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