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상징이던 카카오(035720)가 1995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 초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인수 경쟁에서 촉발된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며 카카오 경영진 대부분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기 때문인데요. 지난 19일 카카오의 투자를 총괄했던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창업자는 금융당국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악재가 잇따르면서 카카오 주가는 엿새 연속 하락, 4만 원 아래로 추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는데요.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카카오를 둘러싼 각종 사건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시세조종 혐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구속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수사를 주도한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10일 이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함께 구속영장이 신청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과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영장 청구는 기각됐는데요. 법원은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자료로 객관적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당국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들의 직책이나 관여 정도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피의자들은 올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당시 경쟁 상대인 하이브(352820)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여억 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들이 SM엔터 주식에 대한 대량보유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자본시장법상 상 본인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해당 주식 총수의 5% 이상이 되면 5영업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 사건은 하이브가 공개 매수 기간인 2월 누군가가 IBK투자증권 판교점을 통해 SM엔터 지분을 대량 매집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하이브가 SM엔터 주식을 12만 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자 전날 9만 8500원이던 주가가 6일 만에 13만 1900원까지 급등했습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여러 객관적 정황을 확보해 카카오 경영진에 대한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핵심인 배 대표가 구속된 것입니다.
카카오 ‘밀월’ 사모펀드 긴급검사...국민민폐주 전락
금융당국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중 특정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세력은 바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란 곳입니다. 배 대표가 CJ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할 때부터 원아시아 경영진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실제 원아시아는 2019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운용사지만 카카오와 수차례 거래를 해왔습니다. 2021년 카카오 골프사업 계열사인 카카오VX에 10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했고 카카오엔터가 최대주주였던 지식재산권(IP) 마케팅 기업 ‘그레이고’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지요.
이에 금감원 특사경은 지난 19일 배 대표의 구속이 결정되자마자 원아시아에 대한 긴급검사에 돌입했습니다. 원아시아가 카카오와 사전 교감 후 SM엔터 지분을 대량 매집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 등을 추가 확보할 계획입니다.
사실 특사경은 이 사건의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카카오와 원아시아의 특수 관계를 의심하고 양측의 유착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왔습니다. 원아시아와 그 펀드가 출자한 ‘헬리오스 1호 유한회사’는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을 통해 800억 원(2.9%)을 웃도는 SM엔터 지분을 매집했는데요. 특사경은 카카오와 원아시아 사이 특수관계를 나타낼 수 있는 여러 정황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법원에서 이 사실이 받아들여진다면 카카오는 5% 이상 지분보유 상황을 공시해야 하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게 됩니다.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카카오 주가는 추풍낙엽 신세입니다. 지난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엿새 연속 하락하며 3만 9050원(-3.58%)에 거래를 마쳐 신저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카카오페이(377300)(-5.02%)와 카카오뱅크(323410)(-5.01%), 카카오게임즈(293490)(-0.21%) 등 카카오그룹 내 모든 상장사도 동반 급락했지요.
칼 끝은 김범수 창업자에...유죄시 카뱅 대주주 자격 ‘흔들’
이제 금융당국과 검찰의 칼 끝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습니다. 특사경은 지난 8월 김 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날 김 센터장에게 오는 23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김 센터장의 심복인 배 대표가 구속으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셈입니다.
핵심 쟁점은 실제 카카오가 SM엔터 지분 매입 과정에서 사모펀드와 사전에 공모를 했는지, 지분 매입에 의도성이 있었는지 등입니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이 과정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거나 지시한 정황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어느 정도 실체 규명에 자신이 있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법조계에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의혹인 만큼 윗선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며 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만약 김 센터장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 특경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는데 이 지점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제 모든 시선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김 센터장의 특사경 출석으로 쏠려 있습니다. 포토라인 앞에 선 그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발언을 내놓을까요.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