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점점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아요. 더불어민주당도 싹 다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 금남로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 모 씨는 최근 현지를 찾은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에 이같이 쌀쌀한 광주의 민심을 전했다. 서구의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안 모 씨도 “우리 지역의 초선 의원들이 지역 (민생 해결 등을 위한) 현안들을 별로 다루지 않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지만 본지가 현지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태도는 과거보다 차가웠다. 특히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만 급급한 현재의 당 지도부에 공감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전남대를 다니는 20대 취업준비생 김 모 씨는 “이 대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호남 표심은 2000년 총선 당시 결집해 민주당 계열에 총 180석(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호남은 여전히 낙후돼 있고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지역을 떠나고 있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갖고도 지역 민생을 위해 제대로 일하고 있지 않고 정쟁에만 몰두해 무능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은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일대였다. 대기업 생산 공장 인근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건물들의 저층부 상가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높은 공실률은 인구 축소와 경기 위축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가는 차량과 인파가 적어 한산했다. 이곳은 광주과학기술원을 비롯해 삼성전자·앰코테크놀로지 등 대기업 여러 곳이 입주해 있어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지만 지역 소멸 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이러다 보니 민주당에 대한 광주 지역 청년층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20대 초반의 전남대생 김 모 씨는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이 기업 유치를 위한 실질적 노력 없이 말로만 ‘지방소멸’ 문제를 외친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변에서 민주당 지지자 비율이 줄어든 것이 느껴진다”며 “내년 총선 때 민주당을 찍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로 전환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여야 모두에 회의적인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는 “민주당도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을 대하듯 오만에 빠져서 깃발만 꽂으면 다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정부 여당 역시 (한반도의) 분단 체제에 기대어 반공만 외친다”고 질책했다.
/광주=유정균 기자 ev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