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증시가 약세를 지속하는데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보다 4조원 가까이 급감해 8월에 비하면 거의 절반이 줄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6조 9412억 원으로 지난달(10조 7406억 원)보다 3조 7994억 원(35.6%) 줄었다. 2차전지와 초전도체 등 테마장세가 연출됐던 8월(12조 1224억 원)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최근 지수 변동성이 커지자 코스닥 시장을 주름잡는 개인들이 상당수 발을 뺀 영향이 크다. 이달 개인이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한 비중은 77.7%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코스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8월과 9월에 각각 80.3%, 81.0%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코스닥에서 개인 투자자의 탈출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개인 투자가 많은 ‘빚투’ 규모를 나타내는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7월 25일 10조 1399억 원에 달했으나 이달 19일에는 8조 7527억 원으로 감소했다.
최근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 시장을 추월하던 이례적인 상황도 이달 들어선 다시 뒤집혔다. 올 해 8월과 9월 코스닥 시장에서는 유가증권시장보다 하루 평균 1조 2968억 원, 2조 4027억 원의 거래가 더 많이 이뤄졌지만 10월 들어서는 코스피 거래대금이 하루 1조 7256억 원가량 더 많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직후인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코스닥 지수의 낙폭(-13.69%)은 코스피 지수(-7.76%)보다 컸다. 특히 19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를 돌파하면서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가 0.96% 떨어져 코스닥은 20일 하루에만 1.89% 급락해 769.25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760선까지 떨어진 것은 2월 6일(761.33)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나스닥은 20일(현지시간)에도 1.53% 급락해 23일 코스닥 지수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과 미국 긴축의 장기화로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코스닥 상장 중소형사들의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아 연말까지 높은 지수 변동성과 함께 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와 대조적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연간 이익 추정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는 점도 개인의 코스닥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 실적이 있는 코스닥 183개 상장사의 매출과 영업이익 합계는 올 해 142조 9126억 원, 11조 5383억 원으로 각각 한 달 전 보다 1.10%, 3.65%씩 감소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에서 주가 하락으로 신용융자 상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개인 매도 대금에서 신용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매수 여력은 더 떨어져 코스닥지수 변동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코스닥 거래액이 계속 줄어도 올 해 연간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 규모가 코스닥을 다시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20일까지 코스닥 거래대금은 2065조 1881억 원으로 코스피(1939조 9949억 원)보다 125조 1932억 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