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보름을 넘긴 가운데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의 ‘다음 단계’를 언급함에 따라 지상군 투입이 다시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전쟁의 ‘다음 단계’에 대비해 이날부터 공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자지구에는 ‘남부로 이동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주민은 테러 조직 동조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스라엘군의 경고가 전단지와 휴대폰 음성 메시지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 발언을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다시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내각 회의를 소집해 가자지구 지상 침공 방안을 논의했으며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미 가자지구 접경지대에 이스라엘 군인과 화기들이 대거 배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침공 연기를 권장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방 국가들의 지상전 연기 바람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다음 단계’를 언급한 몇 시간 뒤인 22일 새벽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공습했다. 팔레스타인 현지 언론들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를 공습하면서 주민 최소 11명이 숨졌으며 이집트 접경지인 라파도 공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하도록 종용했던 목적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마스가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요르단강 서안의 알안사르 이슬람 사원을 공습했다고도 밝혔다.
이스라엘의 강화된 공습에 다른 중동 국가들도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레바논을 근거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전날 한 대원 장례식에서 자신들이 “전투의 중심에 있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공격을 시작하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전쟁 개입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는 등 방어력 강화에 들어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1일 성명을 통해 중동에 사드 포대 1개와 패트리엇 대대들을 추가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미 항공모함 2척과 해병대 2000여 명을 파견한 데 이어 ‘배치 명령 대기’ 상태의 병력을 늘리는 등 증파 준비에도 돌입했다.
한편 유엔 등이 마련한 물·식량·의료품 등 인도주의적 구호품이 21일 1차로 트럭 20대를 통해 라파 국경 검문소를 거쳐 가자에 반입됐고 22일에도 2차분이 트럭 17대에 실려 전달됐다. 특히 이번에는 하마스가 무기로 악용할 우려가 있어 반입 대상에서 빠졌던 연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가자지구 내 구호기구들은 의료기관 가동을 위해서라도 연료 공급이 절실하다고 호소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