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부근에서 물자를 운송하던 필리핀 해양 경비대 보급선이 중국 해안 경비정의 공격을 받았다. 중국 경비정은 필리핀 선박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용 레이저를 발사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친미 성향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주필리핀 중국대사를 불러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 선박이 중국 영해에 무단 침입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책임을 필리핀 측에 떠넘겼다.
세컨드 토머스 암초는 필리핀 서부 해안에서 약 160㎞ 거리에 있는 반면 중국 하이난섬으로부터는 약 1000㎞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이곳의 영유권을 고집해 필리핀과 갈등을 빚고 있다. 필리핀은 1999년 이곳에 미군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 상륙용으로 사용했던 시에라 마드레함을 강제로 좌초시키고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배치했다. 이 암초로부터 40㎞ 떨어진 미스치프 암초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군사기지로 만든 중국의 공세에 따른 대응 조치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의 남중국해 내 영유권 주장에 대해 역사적·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마저 무시한 채 무력을 행사하면서 암초에 배치된 군함을 철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일 정상이 8월 말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규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 해경이 22일 세컨드 토머스 암초로 건축 자재를 운송하려던 2척의 필리핀 선박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충돌 사고를 일으켰다. 필리핀 당국은 “중국이 불법적인 행동으로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필리핀은 이달 초 인근 해역에서 미국·영국·캐나다 등과 합동 해군 훈련을 실시했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팽창주의가 노골화하는 가운데 우리가 영토와 주권을 지키려면 압도적 군사력을 확보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