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만 해도 ‘준우승 전문’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왔던 이예원(20·KB금융그룹)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하더니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시즌 3승을 거뒀다. 다승은 물론 상금과 대상(MVP) 포인트, 평균 타수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어 ‘새로운 대세’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까지 얻었다. 지난해 신인상 확정의 좋은 기억이 있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시즌 4승과 함께 타이틀 싹쓸이에 쐐기를 박으려는 이예원을 ‘18문 18답’을 통해 만났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신인상 수상을 확정했어요. 신인상보다 더 욕심나는 상이 있을까요.
△지난해에 신인상을 탄 뒤 새로운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톱 10에 많이 들었고 올해는 우승까지 하다 보니 ‘대상을 꼭 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목표한 대로 잘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해는 세 명(김민별·황유민·방신실)의 선수가 신인상 경쟁을 펼치고 있어요. ‘신인상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저도 지난해에 경쟁할 때는 대회 때마다 너무 떨렸거든요. 신인상 포인트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죠. 아무래도 예선 통과를 해야 포인트가 올라가기 때문에 남은 대회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고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1년 차 이예원과 2년 차 이예원은 무엇이 가장 바뀌었나요.
△멘탈적인 부분이 달라졌어요. 코스나 환경에도 더 적응했죠. 골프적으로는 그린 주변 쇼트게임, 100m 이내 샷이 지난해에 비해 좋아진 것 같아요.
-나이로 보면 친구들은 대학교 2학년이잖아요. 2학년이 가장 활발히 놀 때라고도 해요. 2년 차인 본인은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이 놀아봤나요.
△올해 상반기가 끝나고 2주의 휴식기 동안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사실 대회를 뛰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많이 놀지 못했어요.
-인생 영화나 인생 드라마가 있을까요.
△드라마는 ‘이태원 클라쓰’입니다. 지금도 TV에 나올 때마다 보고 있어요. 배우 박서준 씨를 좋아하는데 드라마에서는 더 멋있게 나오더라고요.
-이제는 진짜 성인이 됐다고 볼 수 있는데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졌을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해외여행 가는 게 살짝 무서웠는데 이제는 벌써 계획을 다 짜놓았어요. 티켓도 미리 끊어 놓았죠. 시즌이 끝나면 친구들과 일본 도쿄로 여행을 가려고요. 골프채는 안 들고 갈 겁니다.
-투어에서 같이 뛰는 선수 중 단 한 사람과 여행을 가야 한다면 누구랑 가고 싶나요.
△(유)서연이요. 유서연 프로가 가장 친하고 편해요. 서로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잘 아는 것 같고요. 그런데 (마)서영이가 서운해 할 것 같아요. 저희 셋이 겨울 훈련도 함께 가서 연습을 했거든요. 기회가 되면 셋이 함께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왜소한 체격에 비해 큰 차를 몰던데.
△처음에는 큰 차를 무서워했는데 막상 타보니 정말 편하더라고요. 지금은 ‘아우디 Q7’을 타는데 앞으로도 큰 차만 탈 것 같습니다.
-올해 봄·여름·가을에 한 번씩 우승을 했어요. 계절에 따라 기복도 크지 않은 것 같은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무엇인가요.
△골프 칠 때는 더운 게 좋고 골프 안 칠 때는 추운 게 좋아요. 더우면 밖에 나가기도 싫고 움직이기도 힘든데 추우면 옷을 더 입으면 되잖아요? 지난해에는 더운 여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약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많이 좋아졌어요.
-하루에 세 끼를 한 음식만 먹더라도 질리지 않을 만큼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양식을 되게 좋아해요. 그중 ‘최애’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입니다.
-‘준우승 전문’ ‘무관의 신인왕’이라는 꼬리표를 당당히 뗐어요. 최근에는 ‘새로운 대세’로도 불리는데 새 수식어가 마음에 드나요.
△네.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런 수식어를 오래 들었으면 좋겠어요.
-2년간 투어 생활을 하면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제가 첫 우승을 하고 상반기 안에 꼭 2승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거든요. 그때 이광일 프로님(스윙 코치)이 ‘이미 우승을 했으니 더 우승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마라. 편하게 하면 또 기회가 올 거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죠.
-지난해는 우승이 없어서 자신에게 85점을 줬어요. 올해는 점수가 더 높아졌을까요.
△올해는 90점이에요. 항상 대회가 끝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아쉬운 경우가 많아요. 그 아쉬움으로 인해 5점이 깎였고 나머지 5점은 양심상 또 깎았어요. 한 해에 5승을 한다면 저에게 10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회장에서 치마를 입는 걸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치마는 자주 안 입어요. 제가 피부가 타는 걸 안 좋아해서 치마보다는 바지를 입는 편이에요. 치마를 입으면 신경 쓸 부분도 많고요.
-필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패션 포인트는.
△저는 무조건 단정해야 해요. 몸을 많이 쓰는 운동인데 거추장스러우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색깔도 무난한 게 좋아요.
-자신의 보물 1호는.
△강아지 ‘우유’요. 볼마커에도 ‘MILK’라고 이름을 새겼어요. 비숑인데 함께하게 된 지는 6~7개월 정도 됐어요.
-10년 뒤 이예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뒤에는 만 서른이겠네요. 슬슬 은퇴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은퇴 후에 뭘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제일 잘하는 게 골프다 보니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요.
-이예원의 골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단순’이요. 저는 화려하게 치지 않으려고 해요. 단순하게 치는 게 어려우면서도 쉬운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