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기술주 급락의 여파로 외국인이 투매에 나서자 코스피지수가 10개월 만에 2300선이 붕괴되며 ‘검은 목요일’이 연출됐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2.71% 급락한 2299.08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밑돈 것은 올 1월 6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하루 기준 낙폭으로는 지난해 9월 26일(-3.02%) 이후 가장 컸다.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으로 4779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208억 원, 1107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도체와 2차전지·엔터테인먼트 업종의 낙폭이 특히 컸다.
코스닥지수도 이날 3.5% 폭락하며 743.85로 장을 마쳤다. 올 1월 31일 이후 최저치로,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728억 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59억 원, 601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국내 증시 급락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전날 밤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등 미국 기술주의 폭락이다. 2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3% 내렸다. 구글의 실적 부진으로 9.51% 급락하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알파벳의 폭락에 아마존 5.58%, 메타(옛 페이스북) 4.17%, 애플이 1.35% 내리는 등 빅테크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반도체주 역시 폭락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향한 대(對)중국 수출 추가 제재가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AI)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4.31%,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TSMC는 4.36%, 영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업체 암(ARM)이 5.59% 급락하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13% 하락했다. 주요 기술 기업 중 상승한 종목은 3.07% 오른 마이크로소프트(MS)뿐이었다.
알파벳을 비롯한 기술주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했지만 금리 인상 우려와 AI 거품론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닛케이225 역시 이날 반도체 장비주와 소프트뱅크그룹 등 기술주가 동반 하락하며 전 거래일 대비 2.14% 내렸다.
원·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0.3원 오른 13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4일 기록한 연고점(1363.5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발생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며 “미국의 긴축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상승한 데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처리, 이스라엘 지상군의 대규모 가자지구 급습 소식에 증시 낙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