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성관계 영상을 빌미로 상간녀를 협박한 아내가 2심에서 선고를 유예받았다. 1심은 이 여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7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1-2형사부(재판장 김영훈)는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죄의 정도가 경미할 경우 일정 기간 사고 없이 지내면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4월 남편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우연히 상간녀와 나눈 메시지와 함께 성관계 영상을 확인하게 됐다. 남편은 2017년부터 상간녀와 내연 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석 달 뒤 상간녀에게 남편과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할 것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하고 협박했다.
그러다가 그는 약 5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듬해 10월 상간녀가 A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내 상간녀도 맞불을 놨다. A씨에 대해선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이용협박 혐의로, A씨 남편에 대해선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각각 고소하는 강수를 뒀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상간녀가 처음 전화를 받은 이후 계속 받지 않자 받으라는 의미에서 메시지를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2심은 A씨가 그간 받아야 했던 ‘심리적 상처’에 주목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후 심리적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 경위를 고려하면 A씨의 범행에 있어서 상간녀의 잘못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씨는 상간녀를 상대로 민사소송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동영상을 소지하게 된 것일 뿐 상간녀를 협박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저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의 범행일은 2021년 7월부터 6개월 이상 경과한 후 A씨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인 2022년 2월에서야 고소한 점에 비춰 보면 민사소송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고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A씨의 법적 대응을 평가했다.
아울러 “A씨는 범죄 경력이 없는 초범이고 24년간 남편과 가정생활을 하면서 자녀들을 양육해 온 평범한 어머니”라며 “A씨의 민사소송을 대리한 변호사 외의 제3자에게 (남편과 상간녀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고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