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이제 ‘프로패턴트(pro-patent·친특허)’ 시대로 가자

백만기 국가지식재산위원장





저명한 경제사학자 데이비드 랜디스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국가의 부와 빈곤’을 통해 ‘지식이 재산이다’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사회제도와 문화·자본 등 다양한 요소가 산업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만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이 바로 ‘지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IP)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도 9월 4일 ‘지식재산의 날’ 축사를 통해 “지식재산은 혁신의 산물이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지식재산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은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특허출원량에서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이며 내국인 출원은 국내총생산(GDP)과 인구 대비 세계 1위다. IP 상임이사국인 ‘IP5’ 지위를 갖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높다. 주목해야 할 것은 특허 건수와 경제성장이 높은 상관관계를 이룬다는 점이다. 독일 뮌헨대가 주요 7개국(G7)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특허 건수가 1% 늘어나면 1인당 GDP가 약 0.65% 증가한다. 연구개발(R&D)을 통한 특허 창출이 GDP 증가 등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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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이 경제성장과 밀접한 만큼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국가 지식재산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할 것이다. 더군다나 국가 간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되고 있고 디지털 대전환 및 산업 융복합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재산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980년대 미국은 높은 제조 경쟁력을 앞세운 독일·일본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미국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산업경쟁력자문회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지식재산권을 중시하는 프로패턴트(pro-patent·친특허) 정책을 마련해 추진했다. 특히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을 설립,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원 판단 일원화 및 전문성 제고를 통해 지식재산권을 강화시키는 등의 전략 증진으로 산업 주도권을 되찾았다.

일본도 미국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프로패턴트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지적재산입국을 선언하고 총리 직속의 컨트롤타워인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했다. 일본에서는 총리가 본부장을 맡아 매년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권 전략을 마련하는 등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적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학의 지식재산 창출·관리 기능 강화 및 인재 육성 등 정책 실행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일본도 미국과 같이 지식재산권 소송의 관할을 일원화하기 위해 2005년 ‘지적재산고등재판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법원 및 소송 절차에 대한 신뢰성 제고 노력을 통해 전문성과 경험이 쌓여 유럽 내 지식재산 소송의 약 3분의 2가 독일법원에서 판결이 이뤄지는 등 지식재산 강국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프로패턴트 시대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식재산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정당하게 보상받으며 최대한 활용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최근의 경기 침체와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심화 등 여러 난관을 헤치고 우리나라가 국가 경쟁력을 유지·제고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식재산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보유한 강점을 적극 활용한다면 지식재산 분야의 글로벌 중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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