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의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이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31일 열렸다. 수상작들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청소년 전용시설부터 12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협동주택까지 다양했다. 또 미래 뉴모빌리티 도시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손동영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조세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등 행사 주최 기관장과 주요 후원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식전 행사로 윤승현 중앙대 교수가 '건축이 중요하다'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윤 교수는 시상식이 진행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설계자이자 이날 ‘강화바람언덕 협동조합’의 설계자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소개하며 건강하고 열린 시설들이 많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옥외 수영장이 늘어나면서 퇴근 후 수영장에 들러 고단한 몸을 녹이며 사람들과 하루 일과에 대해 대화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며 "공간과 환경이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과 기회를 부여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축사로 막을 열었다. 김 차관이 대독한 축하메시지를 통해 원 장관은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그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이러한 우수한 사례들이 더 많이 탄생해 K-건축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어 손 대표는 "건축은 작게는 가정과 일터, 크게는 도시의 차원에서 시대의 변화를 공간으로 창출해내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건축적 시도를 독려하고 성과를 널리 알리는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석 협회장도 "건축인에게 주어진 건축문화발전의 사명과 함께 건축인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이 이행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게 설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건축문화대상은 지난해부터 건축물 부문 심사에서 부실 문제와 준공 후 공간의 쓰임을 들여다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모습을 점수에 포함하고 있다. 응모 자격도 준공 후 1년이 지난 건축물로 한정했으며 이에 따라 올해 총 141개 작품이 접수됐다.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대상은 건축물부문 3개 작품의 설계자와 건축문화진흥부문 임진영 오픈하우스 서울 대표가 수상했다. 먼저 건축물 부문 공공 분야에서는 '펀그라운드 진접'의 신호섭 설계자가 대상을 차지했다. 남양주시 진접읍 인근 중·고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이 건물은 학원을 가기 전 숙제를 위해 들르는 학생들부터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다양한 문화활동, 휴식을 위해 찾는 청소년들의 발길이 연일 끊이지 않는 곳이다. 심사위원단은 “청소년 활동 공간을 담고 있는 단순한 사각형 주공간은 열린 마당의 인상을 줘 청소년들이 주체라는 본질을 보여준다”며 "공공건축에서 보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민간 부문 대상은 '콤포트 서울'의 문주호 설계자가 받았다. 콤포트 서울은 용산구 후암동 마을에 절벽으로 단절돼 있던 소월길과 두텁바위길을 연결한 소규모 근린생활시설로 향후 주변 지역의 개발 과정에 좋은 선례로 작용해 규제의 불편함을 넘어 좋은 도시건축이 집적된 지역으로 변모해갈 것으로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출물 주택부문에서는 '강화바람언덕 협동조합주택'을 설계한 윤승현 중앙대 교수가 대상을 수상했다. 이 곳엔 대안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12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단층 구성과 경사지붕의 다양한 변주로 만들어진 집들이 윤곽을 이루며 편안한 동네 풍경을 만들고 있다"며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대규모 아파트 위주의 주거 공급체계에 대항하기에는 연약해 보이지만 인상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건축문화진흥부문에서는 '오픈하우스 서울'을 주최하고 있는 임진영 대표가 대상을 차지했다. 시민들에게 도시의 내력이 담긴 장소와 구조물,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담긴 뛰어난 건축물, 예술가들의 영감이 가득한 창작공간을 소개하고 문턱을 낮춰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 건축 축제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오픈하우스 서울은 특히 건축의 공적 가치와 도시 문화 향상에 기여한 지속적인 활동 의미가 높은 점수를 받아 대상으로 선정됐다.
학생설계공모전에서는 '숨 001'을 설계한 백진욱, 고려대 학생이 국가건축위원장상이 수여되는 대상을 차지했다. 도시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숲을 조성하는 1번 프로젝트로, 모빌리티의 발달과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이 가져오는 도시의 변화를 읽어내고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세련되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