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내 통합을 위해 1호 안건으로 건의한 ‘대사면’이 당사자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반발로 ‘속 빈 강정’이 될 처지에 놓였다. 당 최고위원회에서 사면하더라도 당초 명분으로 제시한 당내 통합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대사면 대상자들이 반발하면서 혁신위 제안을 거부하는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등 감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3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혁신위가 전날 결정한 ‘대화합과 탕평을 위한 사면’ 건의안은 11월 2일 최고위원회에 상정돼 의결될 예정이다. 대상자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까지 4명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은 혁신위가 27일 첫 회의에서 사면을 1호 안건으로 논의하기로 정한 직후부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징계 자체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사전 교감도 없이 대사면을 언급하는 것은 일방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또 사면이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도 내세웠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이 없고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 당원권이 회복되기 때문에 당의 조기 징계 해제 조치가 없어도 출마 결정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내년 6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된 김 전 최고위원은 사면에 따라 내년 총선 출마가 가능해진다. 이에 이번 사면이 실제로는 당내 주류 인사에게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대를 나타내면서 “어차피 당에서 같이 손잡고 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불만을 품고 있는 부분을 수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대사면이라는 용어 대신에 그냥 징계 취소라고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당사자의 반발과 잡음이 계속되자 지도부도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분명한 것은 통합 대사면의 대상자들이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며 낮은 자세로 반성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글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당내 통합을 위해 추진하는 사면을 당사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효과는 퇴색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가 첫 회의에서 당내 통합을 위한 대사면을 논의하기로 발표한 직후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최근 상황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의 입장에서는 포용하는 자세와 논의, 진정성을 다 보였다”고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한다면 국민과 당원이 판단할 것”이라며 건의안에서 일부 대상자가 제외될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