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해 “국내 기업에 중국에서 빠져나올 때 세금을 포함한 법적인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며 “체계적으로 엑시트(exit·퇴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한국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제2회 공동세미나’에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대담을 나누던 중 안 본부장을 향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기업을 만나면 이런 요청이 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 총재는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서도 고령층 부양 문제로 청년층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인구가 줄어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려면 젊은 사람들이 창의적인 기업을 만들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그런데 사회적 제도가 충분치 않으니깐 나이 든 부모가 아프면 일을 그만두고 봉양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해외 노동자 유입을 통해 돌봄 등으로 활용하지 않고는 생산성 문제를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한국의 고령화가 저출산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 입장에서 국제유가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도 털어놨다. 이 총재는 “물가가 생각대로 안정되다가 8~9월 유가 변동이 발생하면서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국제유가를 배럴당 84달러 정도로 예측했기 때문에 90달러로만 올라가도 예측이 많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이 1년 이상 이어질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관련해서 이 총재는 “글로벌 장기금리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많이 줄었다”며 “재정, 기후변화, 지정학적 문제, 공급망 변화 등으로 미국에선 장기금리가 더 안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