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개월만에 '수출증가·무역흑자' 동시달성…'불황형' 딱지 뗐다

[살아나는 수출]

◆ 13개월만에 플러스 전환

車·기계 등 6개 품목 호조세 지속

반도체 1분기 저점 찍고 회복 흐름

對中 수출 3개월 연속 100억弗

주요 9대 시장 중 6곳서 증가세

중동發 원자재값 상승은 변수로






중동 사태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던 우리 경제에 모처럼 만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10월 수출을 보면 우리 경제의 국가대표 격인 반도체가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3.1%)을 기록했다. 이달에는 플러스 전환이 유력하다. 대중국 수출 감소율도 -9.5%로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물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고유가 리스크, 고금리·고물가 등 불안 요인도 여전하지만 수출의 양대 골치였던 반도체와 중국의 회복세가 완연해지면서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일 발표된 ‘2023년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등 6개 주요 품목의 수출이 증가하고 반도체 수출도 개선 흐름이 뚜렷했다. 무엇보다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만큼 힘들었던 반도체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되기 직전까지 회복한 것은 우리 경제의 청신호다. 반도체 수출액은 89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을 기록한 데다 올해 1분기 저점을 찍은 후 수출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도체 분기별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4분기 89억 달러를 기록한 후 올해 1분기 69억 달러, 2분기 75억 달러, 3분기 86억 달러, 10월 89억 달러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가 주춤한 새 그 빈틈을 메워온 자동차(19.8%)는 이번에도 이름값을 했다. 16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 10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북미를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간 게 주효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의 19.4%를 차지하는 전기차의 경우 전년 대비 수출이 36% 늘었다.



일반기계(10.4%), 가전(5.8%), 선박(101.4%), 디스플레이(15.5%), 석유제품(18%) 등도 실적이 괜찮았다.
일반기계의 경우 미국과 아세안 생산·설비투자에 따른 수요 확대와 중남미 수출 다변화를 통한 신흥국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7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기록했다. 선박도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선가 상승이 반영돼 수출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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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수출도 올해 최다 실적을 보였다. 주요 9대 수출 시장 중 6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아세안·일본·중동·인도·중남미 수출이 증가했고 아세안의 경우 올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대아세안 수출은 석유제품·선박·일반기계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돼 올해 최대치이자 월간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대미 수출은 자동차와 일반기계 호실적에 힘입어 역대 10월 실적 중 1위를 기록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동 수출 역시 일반기계와 철강 수출이 소폭 감소했으나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석유제품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한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대중국 수출이 110억 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 달러대를 이어간 것도 주목된다. 특히 감소율이 9.5%로 올해 최저로 떨어졌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율이 크게 개선된 점이 대중국 수출 감소율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10월 무역수지는 수출 플러스 전환에 힘입어 16억 4000만 달러 흑자였다. 5개월 연속 흑자다. 특히 수출 플러스와 무역흑자를 동시에 달성한 것은 20개월 만이다. 정부는 수출 반등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 4분기를 기점으로 수출이 더 탄력을 받고 내년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이다. 10월에는 에너지 수입이 1년 전보다 22.6% 감소했지만 중동 사태 진행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원자재 가격이 뛰면 수출에도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전체적으로 바닥을 확인했고 조심스럽지만 턴어라운드하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 효과가 작용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는 내년 초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국책연구원장은 “9월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증가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 수출도 개선돼 다행”이라며 “반도체가 살아나 수출 반등에 힘이 붙을 수 있지만 반도체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고 전쟁 악재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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