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퇴직한 친구와 최근 통화하다 은퇴 시점에 맞춘 자산관리 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환매하고, 국고채 10년물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인 투자가들이 올 들어 국채에 빠져 순매수가 5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기사를 접한 후 내린 결정이었다. 금리가 4%를 넘자 요즘 개인의 채권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채권 투자 열풍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향후 금리가 떨어질 경우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금리가 지금 상태로 유지되더라도 만기 보유 시 4% 가까운 이자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과 이자 소득세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실제 연평균 4% 가까운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를 감안한 실질 수익률과 이자소득세를 고려하면 기대 가능한 수익률은 현저히 낮아진다. 지난달 17일 기준 만기 보유 수익률(YTM)이 4.23%이고 표면 금리가 3.25%(1년 이표 가정)인 10년 만기 국고채를 예로 살펴보자. 이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세전 연평균 이자 수익률은 3.07%이며 연평균 자본이득 수익률은 0.83%다.
따라서 해당 채권을 10년 보유 시 연평균 세전 복리수익률은 총 3.90%가 된다. 여기에 채권 이자소득에 부과되는 15.4%의 소득세를 감안한다면 세후 연평균 복리 이자수익률은 2.65%로 낮아지고, 연 평균 자본이득 0.83%를 합치면 해당 채권의 10년 세후 연평균 복리수익률은 3.48%가 된다. 9월 물가상승률이 3.7%였으니 이를 고려한 연 평균 실질수익률은 -0.2%로 추락한다. 경제 전문가들의 2025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5% 수준을 대입하더라도 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과거를 돌아보면 국고채 5년에만 투자해도 실질 구매력이 상승했다. 하지만 기간을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1995년 5월부터 금융위기 이전까지 국고채 5년의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은 각각 연평균 10.5%와 6.7%로 같은 기간 코스피의 연평균 명목(5.7%), 실질(2.0%) 수익률을 압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국고채 5년의 연평균 명목수익률과 실질수익률은 각각 3.4%, 1.2%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최근 5년과 10년 국고채 5년의 연평균 실질 수익률은 각각 -1.8%와 -0.1%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는 투자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 국채 10년물의 연평균 수익률은 -0.3%를 기록하고 있다.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해 실질 경제 성장률이 세계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때는 다소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글로벌 주식 자산을 편입해야 실질 구매력을 제고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