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큰아이가 ‘엄마 나도 캠핑 진짜 가보고 싶어’라고 하더라고요. 아직 놀이동산에도 못 데려갔거든요. 큰아이도 어리다 보니까 그저 미안할 뿐이죠.”
올해 다섯 살이 된 민수(가명) 군은 숨을 쉬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심한 뇌병변 장애가 남아 24시간 돌봄이 필요하다. “밤낮 가리지 않고 케어를 해야 하는 상태라 에너지 음료로 버티고 있다”던 민수 군의 엄마는 5년 만에 휴가를 받았다. 민수 군이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 인근에 문을 연 ‘도토리하우스’에 입소하면서다.
도토리하우스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유지가 담긴 국내 첫 독립형 중증 소아 환자 단기 돌봄 시설인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의 별칭이다. 넥슨재단 기부금 100억 원, 보건복지부 국고지원금 25억 원 등 총 125억 원을 지원받은 지 약 5년 만인 1일 개소식을 가졌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해 24시간 간병 돌봄이 필요한 중중 소아·청소년 환자는 전국에 약 4000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에는 어린이 전문 단기 돌봄 의료 시설이 전무했다. 민수 군처럼 중증 질환을 앓는 소아·청소년 환자의 가족은 의료 돌봄을 지속하면서 정신적·육체적 회복을 위한 시간을 단 하루도 갖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자를 며칠만이라도 맡아 안전하게 돌봄으로써 환자 가족에게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환자에 대한 돌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복지부·넥슨재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힘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인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연면적 997㎡(302평) 부지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센터는 총 16개의 단기 입원 병상과 놀이치료실·상담실 등을 갖췄다.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돌본 경험과 전문 지식이 풍부한 간호 인력을 배치해 안전한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센터에 입원하려면 자발적 이동이 어렵고 인공호흡기·산소흡입·기도흡인·경장영양 등 의료적 요구가 필요한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으로 급성기 질환 없이 안정적 상태여야 한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개소를 통해 의료 돌봄 시설 부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