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스라엘, 가자지구 지하터널 첫 공격…국제사회 경악 속 美 곤혹 [뒷북 글로벌]

IDF, 자발리아 하마스 지하터널 공격

난민촌에 미사일…사망자 최소 50명

블링컨 이 파견…인도적 조치 논의

전후 가자지구 다국적군 배치 검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뒤 주민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마스 내무부는 이번 공습으로 자발리아에서만 4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뒤 주민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마스 내무부는 이번 공습으로 자발리아에서만 4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지상전에 돌입한 지 5일 만에 가자지구의 지하 터널을 처음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국군 전사자는 물론 수백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야기해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현실이 된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외국인과 중상 환자를 가자지구 밖으로 내보내는 데 합의했지만 인질에는 적용되지 않아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딜레마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10월 31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서 자국 지상군과 공군이 밤사이 합동 작전을 펼쳐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 위치한 하마스의 근거지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IDF는 “우리 전투기가 자발리아 여단 지휘관인 이브라힘 비아리를 제거했다”며 “50여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사살했고 지하 터널 입구와 무기고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비아리의 사망 사실을 부인했다.

특히 지하 터널 공격이 주목을 받았다. 이스라엘이 10월 27일 지상 작전을 개시한 후 가자지구의 지하 터널을 공격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가자지구의 지하 터널은 총길이가 5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하마스에 비장의 무기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수일째 지상 작전을 진행하면서도 눈에 띄는 시가전이 없었던 것은 하마스가 다른 곳으로 대피했거나 터널 안에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지하 터널 공격을 기점으로 시가전·백병전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전투에서 이스라엘군 11명이 사망하면서 이스라엘의 지상전 전사자는 13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공격 과정에서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미사일은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인 자발리아의 주택가에도 떨어졌다. 공개된 사진에는 폭발로 인해 주택가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고 그 위로 무너져내린 건물들의 잔해가 쌓인 모습이 담겼다. 인근의 인도네시아 병원 측은 공습으로 50명 이상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으며 하마스는 사상자 숫자를 이보다 더 큰 400여 명으로 봤다. 하마스 측은 공습으로 인질 7명이 사망했으며 여기에 외국인 3명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자발리아 난민촌 주민 모하마드 이브라힘은 CNN에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사전 경보 없이 F-16 전투기에서 7~8기의 미사일이 떨어졌다”며 "분화구 안이 사망자의 시신과 신체 부위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세상이 종말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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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IDF)이 1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가자지구 내부에서 지상 작전을 펼치는 장갑차량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이스라엘군(IDF)이 1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에 가자지구 내부에서 지상 작전을 펼치는 장갑차량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난민촌 공습을 거세게 규탄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각국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자발리아 난민촌 공습을 비판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1일 성명을 내고 "이번 공습은 전쟁이 끔찍한 국면에 접어들면서 더 끔찍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겪는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닥친 최근의 가장 잔혹한 행위"라며 "이것은 계속될 수 없으며 단계적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줄곧 이스라엘 편에 서온 미국도 곤란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정식 휴전은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인도적 일시 교전 중단은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해 ‘일시 휴전’을 강조했다. 또 미국은 10월 12일 이스라엘을 찾았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3일 이스라엘에 다시 파견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에서 선거유세 중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이스라엘은 이를 민간인 보호를 우선하는 국제 인도주의 법과 일관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질 구출과 하마스 전멸이라는 두 개의 과제를 떠안고 있는 이스라엘의 딜레마도 심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지상전이 길어질수록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200여 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일 카타르의 중재하에 가자지구 내 외국 국적자와 중상 환자를 이집트로 대피시키는 데 합의했다. AFP는 400명의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 약 90명의 환자가 이날 라파 검문소를 통해 이집트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스푸트니크통신은 500명 정도가 출국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통로를 통해 가자지구로 구호품 차량이 들어가고는 있었지만 사람이 빠져나온 것은 전쟁 발발 이후 25일 만에 처음이다. 다만 이는 인질 석방과는 별개다. 하마스가 인질을 두어 명씩 석방시키며 휴전을 압박하는 현재의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지상전의 향배가 안갯속임에도 미국은 하마스 소탕 이후의 지역 통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현지에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을 두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을 설립하는 방안, 유엔이 일시적으로 가자지구를 감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미 당국자 사이에서는 이 방안들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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