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초록색 햇반, 그것이 알고싶다[지구용]

/이하 사진제공=CJ제일제당/이하 사진제공=CJ제일제당




얼마 전 햇반 용기가 바뀌었단 사실을 아십니까? 햇반 용기에 바이오 순환 소재(Bio-circular PP)를 25% 적용한 ‘환경을 생각한 햇반’이 8월에 출시됐습니다. 일명 초록색 햇반. 궁금한 게 많았던 지구용은 곧바로 CJ제일제당 본사로 출동했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건 ‘환경을 생각한 햇반’의 용기 소재일 겁니다. 우선 환경을 생각한 햇반에 들어간 바이오 순환 소재인 Bio circular PP란, 석유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기존의 일반 PP와 달리 펄프 공정(나무와 종이의 중간 단계) 부산물에서 추출한 오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부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벌목이 불필요하다고 합니다.

◆바이오 순환 소재, 석유 유래 PP보다 좋은 이유


석유는 기본적으로 수백만년간 땅밑에 묻혀 있고, 석유를 뽑아내서 연료로 쓰거나 플라스틱을 만들게 되면 그만큼 대기중 탄소의 총량을 늘리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이미 생태계에 있는 나무(사는 내내 탄소를 흡수)를 펄프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바이오 순환 소재의 경우 생태계에서 이미 순환되고 있던 탄소를 돌려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중 탄소 총량을 늘리지 않는다는, 수원 광교 CJ제일제당 연구소에서 오신 김영준 부장님의 설명입니다.

김 부장님은 “예전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면 때로는 내구성 등 플라스틱의 물성이 떨어지는 걸 감수해야 했지만 바이오 순환 소재는 일반 PP와 함께 동일한 공정으로 만들어지고 따라서 성능도 동일하다”고도 덧붙이셨습니다.



덕분에 바이오 순환 소재를 25% 투입한 햇반의 용기는 기존 햇반 용기 대비(*리드필름 제외 용기 기준) 용기의 탄소 발생량이 17% 줄어듭니다. 환경을 생각한 햇반을 1년간 135만개 판다고 치면 약 12.7톤의 탄소 저감 효과가 기대된다는 계산입니다. 12.5톤을 또 환산하면 30년생 편백나무 2167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이고 자전거로 지구 45바퀴(178만 8466km)를 돌아 저감한 탄소량과 같은 양(*국립산립과학원, 주요 산림수종의 표준탄소흡수량 및 따릉이 거리 환산 기준)입니다.



짧게 풀어서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이런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은 당연히 고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 제조사들에 숱하게 연락을 했고, 바이오 순환 소재 25%를 테트리스처럼 딱 끼워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오랫동안 최적화 작업을 했습니다. 내구성과 식품 안전성 테스트는 물론이고, 그렇게 나온 햇반의 맛이 기존 제품과 동일한지 블라인드테스트도 숱하게 거쳤습니다.

게다가 햇반은 해외에는 참고할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일본, 중국 등만 즉석밥 제품이 있는데 햇반이 더 맛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CJ제일제당은 사실상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개척한 셈입니다. 역시 광교 연구소에서 패키징 개발을 맡고 계신 남윤승 부장님은 “패키징을 개발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유관부서들 간에 원활한 협업으로 새로운 기술을 빨리 검토하고 상품화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ESG 센터 석혜주 대리님은 “글로벌 규제도 매년 재생원료 의무 함량 비율을 늘리는 추세라 해외 수출이 많은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고 그 결과물이 '환경을 생각한 햇반'인 것 같다”고도 덧붙이셨습니다.

그렇다면 재활용은? 기존 햇반도 씻어서 분리배출하면 다른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재활용이 가능했는데, 환경을 생각한 햇반도 똑같다고 합니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PP니까요. 분리배출과 세척을 거쳐서 다양하게 재활용 중입니다. 석 대리님은 “지난해에는 제작한 MAMA 어워드의 공식 응원봉 3000개는 손잡이 부분에 햇반 용기를 재가공한 플라스틱 원료가 들어갔다”고 하셨습니다. 에디터도 잘 모르는 사이 햇반 용기가 다양하게 재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석 대리님은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발생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용기 개선 관련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대목에서 연구소 부장님들의 얼굴에서 고뇌가 스쳐지나갔지만 곧 기운을 차리셨습니다.

남 부장님은 “앞으로도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신재 플라스틱을 최대한 줄이고 대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연구 개발할 계획"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햇반 용기를 만들 때 남는 테두리를 모아서 용기에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여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석 대리님은 “환경을 생각한 햇반과 같은 제품들이 계속 등장하려면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도 이어져야 한다”고, 용사님들께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햇반은 이번 제품 출시와 함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원장인 윤순진 교수님께 자문을 받았다고 받았다고 합니다. 윤 교수님은 “기업이 탄소 저감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면 탄소 중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소비자가 제품 구매만으로도 친환경 활동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소비자들이 탄소 저감,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화폐 투표’와도 같다"면서, "ESG 경영에 동참한 기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입해서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도 전해주셨고요. 그렇게 계속 화폐 투표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이오 순환 소재만 100% 사용한 용기라든가 100% 종이 용기 같은 게 흔해질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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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팀1q60일큐육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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