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김동연-허리펑 이례적 만남…경제 通했다

협상파트너로 쌓은 신뢰 기반…양국 관계 개선 위한 역할 서로 기대

시진핑 주석 승인 없인 만남 불가능…미중관계 개선 기미도 호재

何, 삼성 등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기부 등 언급…중국은 좋은 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일(현지시간) 베이징시 중국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경기도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일(현지시간) 베이징시 중국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에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경기도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중앙재경위원회에서 성사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만남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면담을 앞두고 공교롭게도 지난달 27일 별세한 리커창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영결식이 2일 오전 베이징에서 엄수됐다. 허 부총리는 중국 지도부 일원으로서 시진핑 주석과 함께 영결식에 참석해야만 했기에 약속된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중국 금융산업을 점검하고 미래전략을 짜는 5년 주기 중앙금융공작회의가 지난달 30일~31일 베이징에서 열리면서 면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허 부총리는 경제관료로서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조율한 김 지사와 협상파트너로서 맺은 인연을 중시하고 면담을 확정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다 경제통으로서 양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처지다.

앞서 2017년 12월 경제부총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수행한 김 지사는 중국 재정부 등 3대 경제부처 수장들과 면담했다. 허 부총리는 당시 중국의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으로 김 지사와 경제 협력관계 복원 및 발전을 위한 한중경제장관회의 개최 등에 합의한 인연이 있다. 이어 2018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차 한중경제장관회의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상호 진출기과 금융기관기업활동 여건 개선 및 산업투자·관광교류 활성화, 정부간 교류협력채널 회복 등에 합의했다. 김 지사는 2018년 2월 방중 당시 현직 대한민국 부총리로서는 처음으로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한국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강의를 하는 등 같은 ‘경제통’인 허 부총리와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중 관계와 연동되는 미중(美中) 관계가 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오랜 반목을 접고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김 지사와 허 부총리의 이날 만남이 한중관계 복원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시 주석이 민감한 시기에 야당인 민주당 소속 김 지사와 중국 최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을 승인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지한파로 알려진 닝푸쿠이 전 주한 중국대사는 서울경제에 “중한 수교가 31년이 지났다. 30여 년 공동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에 진심으로 기쁘다”며 “김 지사의 허 부총리 만남의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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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공동의 노력이 중요하다. 서로 국민의 희망하는 대로 이익에 맞게 발전하리라 믿는다”며 “김 지사의 이번 방문은 지사로서 왔지만 지사 역할은 지방정부의 틀을 넘어섰고, 더 큰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동일 직급 또는 직책이 아닌 이상 면담이 성사되지 않는 것이 중국의 외교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면담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며 “김 지사와 허 경제부총리 간 개인적 인연과 경기도의 발전잠재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 부총리는 한중관계에 대해 한국의 외교정책이 미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도 현재의 갈등을 ‘작은 곡절’이라고 표현하는 등 양국 관계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오랜 친구 사이에도 ‘작은 곡절’로 오해가 커져 다투는 사이가 될 수 있다고 짚으며 양국이 넓은 안목에서 현재의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허 부총리는 코로나펜데믹 당시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공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자신이 노력한 일화를 소개하고 이후 삼성이 코로나 피해 복구와 방역 등을 위해 거액을 기부한 일까지 거론하며 양국의 경제관계의 긴밀함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 지사는 삼성 외에도 현대차, CJ 등 국내 기업들이 역시 기부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19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탠 사실을 덧붙였다고 한다.

허 부총리는 또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3200억 달러를 초과하고, 한국이 오랜 기간 동안 대중 무역에서 흑자를 유지했다고 강조하며 '한국 기업이 중국과 같은 좋은 시장,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지역을 또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지사는 허 부총리 면담에 앞서 경기도-랴오닝 자매결연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을 방문해 하오펑(郝鵬) 랴오닝성 당서기와도 만났다. 하 서기는 중앙정부에서도 주목하는 지방정부의 실력자이자 현직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다. 김 지사와 지방정부간 교류 확대에 합의하면서 한중관계 복원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엿보이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손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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