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美 내년 2분기 침체 가능성…지정학 위기로 金 매력 커져"

■CME그룹 '리스크 진단' 간담회

중기 대출·상업용부동산이 뇌관

증시 하방압력 커져 금값 재조명


“내년은 금이 주식 대비 초과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가격이 큰 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에릭 놀란드 CME그룹 상무이사 겸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거시경제 리스크 진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CME그룹에릭 놀란드 CME그룹 상무이사 겸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거시경제 리스크 진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CME그룹





에릭 놀란드 CME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3년 하반기 거시경제 리스크 진단’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2분기부터 2025년 초 사이에 미국에 경기 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 시카고에 소재한 CME 그룹은 북미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뉴욕상품거래소(NYMEX), 상품거래소(COMEX) 등 4개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놀란드 수석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는 건 통계에 기반한 관측이다. 미국은 1981년부터 올 해까지 42년간 총 6번의 금리 인상기(긴축 사이클)를 거쳤는데 이 중 경기침체가 찾아온 건 4차례다. 경기가 예외적으로 연착륙했던 두 번은 금리 인상폭이 300~325bp(1bp는 0.01%)에 그쳤지만 지난해 3월부터 올 해 6월까지는 역대 최고 수준인 525bp나 올라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회사채 발행을 할 수 없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 대출에 의존해 온 중소기업들과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이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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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국채 금리가 1년 이상 역전된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실제 긴축 사이클 종료 후 경기 침체가 찾아온 4번 모두 침체 직전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바 있다. 놀란드 수석은 “역사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후 10개월에서 17개월 내 침체가 찾아왔다”며 “올 해 6월 인상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면 빠르면 내년 2분기, 늦어도 2025년 초에는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 경제가 3분기 연 4.9%의 성장률을 기록할 만큼 호황을 지속해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놀란드 수석은 이같은 낙관론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정부의 막대한 재정 지출이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데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민총생산(GDP) 대비 7% 수준으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놀란드 수석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연방 정부의 지출액이 GDP의 22.5~25% 수준으로 폭증했다”며 “재정적자가 심각한 만큼 추가적인 확장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경기 침체 시에는 증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이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인 17배보다도 낮아질 수도 있는 반면 최근 3년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은 금이 빛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놀란드 수석은 “최근 수년간 데이터를 보면 금은 기준금리 하락이 예견될 때 가격이 올랐다”며 “지정학적 갈등이 확대되고 중앙은행 긴축 기조가 완화되면 주식 대비 초과 성과를 내는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구리 등 타 주요 원자재의 경우 중국의 경제 성장률에 따라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봤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유가 및 구리 가격은 중국 경제가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고 1년 후에 고점을 찍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여태껏 디레버리징(부채 조정)을 실시하지 않아 부채 수준이 지난 15년간 140%에서 360%까지 급증했다” 며 “부채가 급증하는데 회사채 금리는 올라 기업들의 부채 상환 부담은 늘어나고 가계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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