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K푸드에 푹 빠졌다. 2019년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짜장라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냉동김밥이 미국 유력 유통매장에서 출시 한 달 만에 ‘완판’을 기록하는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한식도 마찬가지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뉴욕의 한식당이 미국 내 1위를 차지하고 뉴욕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72개 중 9개는 한식당의 이름이 올랐다.
해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한류 브랜드 파워’에서 K푸드는 K팝과 K드라마를 제치고 가장 영향력 있는 한류 브랜드로 당당히 꼽혔다. K푸드가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불러오는 대표 선수가 된 것이다.
이는 당장 농식품 수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가 올해 세계 무역규모 성장률을 1.7%에서 0.8%로 하향 조정하는 등 국제교역이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우리 농식품 수출은 10월까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지난해 88억 달러를 넘어 다시 한 번 역대 최고 실적을 바라보고 있다. 농식품 수출기업의 시장 개척 노력에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과 다양한 바이어 발굴 등 정부 지원이 더해져 일궈낸 의미 있는 성과다.
이제는 K푸드가 일시적 열풍을 넘어 미국·유럽연합(EU)·아시아 등 세계 주류 식품 시장에 정착돼야 한다. 2022년 파리국제식품박람회에서 동결건조 기술로 혁신상을 수상한 ‘김치블록’은 간편함을 추구하는 유럽인들이 김치를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K푸드가 가진 매력은 살리되 현지인들의 취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 통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계 각국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상품 개발부터 브랜드까지 현지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K푸드를 넘어 우리 식문화를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식의 글로벌 경쟁력도 키운다. 세계인들에게 한식의 대표 얼굴이 될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을 확대하고 국내외 최고 셰프들과 힘을 모아 현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개발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권위 있는 국제 미식행사도 유치해 한식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K푸드와 문화·관광을 연계해 방한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한식 소비의 저변도 넓혀나갈 생각이다. 이런 방안을 종합해 연말에는 ‘한식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대책’도 마련할 것이다.
저명한 인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언어·민족의 다양성은 무엇보다 음식에 그대로 드러난다고 했다. K푸드는 한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한다. 김밥과 떡볶이처럼 젊은 에너지가 넘치는 길거리 음식부터, 고풍스러운 전통문화가 깃든 격조 높은 ‘파인다이닝(최고급 식당)’까지 다채로운 매력이 넘친다. 세계 젊은이들이 K푸드에 열광하는 이유다. 세계인의 식탁에 K푸드가 일상이 되는 날이 눈앞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