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美서 韓유니콘 20~30개 나올 것…국내 VC, 초기부터 투자를"

[서경 인베스트 포럼 2023] 이기하 프라이머사제 대표 기조연설 ― 벤처캐피털 해외 진출 전략

韓서 매출낸 뒤 진출땐 백전백패

해외 성공 원하면 현지서 시작해야

美 한인 스타트업 창업 빠르게 늘어

국내 투자자, 마중물 역할 할 필요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10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국내 벤처캐피털(VC)·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필요성과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3.11.09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10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국내 벤처캐피털(VC)·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필요성과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3.11.09




“5년 안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 중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20~30개 탄생할 것이라고 봅니다.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공동대표는 9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해외 시장에서 한국 벤처캐피털(VC)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0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 기조연설에서 “미국에서 한인 스타트업 창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VC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와 국내 출자기관들도 미국의 한인 창업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는 미국과 한국·아시아를 연결하는 성공한 한인 창업가를 대상으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전문 VC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해외 한인 스타트업이 주요 타깃이다. 농산물 유통 플랫폼 ‘울타리USA’와 부동산 플랫폼 ‘빌드블록’, 바이오 기업 ‘임프리메드’ 등에 투자했다. 그는 “지금 미국에 몰로코와 센드버드·눔 등 유니콘으로 성장한 한인 스타트업이 계속해 증가하는 추세”라며 “한국 VC들이 투자를 확대한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가 한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성공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 24년 살아보니 채용은 물론 벤처투자도 미국 사람은 미국 사람을 돕고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사람을 돕는 현상이 매우 뚜렷한데 오히려 한국은 그런 면에서 서툴다”며 “우리도 스타트업과 대기업·VC들이 서로 도와서 미국 내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아직 매출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들의 경우 미국 VC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한국 VC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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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스라엘 창업자들은 사업을 시작할 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이스라엘 창업자들이 설립하는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미국 VC들도 계속해서 증가해 현재 30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중 유니콘이 22곳 정도고 미국에서 창업한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90곳 이상으로 더하면 100곳이 넘는다”며 “그만큼 미국 창업 이후 투자 유치까지 이어지는 생태계가 잘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구수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보다 5배 이상 많은데 충분히 한국도 이스라엘만큼 유니콘을 배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10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국내 벤처캐피털(VC)·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필요성과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3.11.09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가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제10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국내 벤처캐피털(VC)·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필요성과 전략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2023.11.09


이 대표는 한국에서의 창업 이후 미국에 진출하는 전략이나 이런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백전백패’라고 주장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희망한다면 절대 한국에서 창업하면 안 되고 시작부터 미국에서 해야 한다”며 “한국인을 위해 만든 제품과 기술은 절대 해외에서 성공할 수 없고 시간 낭비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과감히 해외 사업에만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K팝과 K푸드, 화장품, 기업용 서비스형소프트웨어(B2B SaaS)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창업자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정해져 있는 것은 사실이고 VC들은 해당 분야에 주목해 투자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우리 기술과 문화를 기반으로 창업한다면 해당 분야에서 유니콘이 여럿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앞으로 미국 내에서 한인 창업자들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가 기획한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매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한인 창업자 모임인 ‘82스타트업’을 들 수 있다. 2018년 9명의 식사 모임으로 시작해 현재는 3000명 이상의 창업자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내년 1월 열리는 ‘2024 82스타트업’에는 1000명 이상의 창업자와 VC 심사역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한인 창업자들은 성실성과 지능 등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다”며 “성공한 창업자들이 후배 창업자들을 돕고 나아가 한국 VC들까지 참여하는 미국 내 한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이스라엘을 뛰어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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