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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리포트] 엘비스와 어렸던 나 ‘프리실라’

엘비스와 프리실라를 연기한 제이콥 엘로디(왼쪽부터), 케일리 스패니가 소피아 코폴라 감독과 촬영장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A24엘비스와 프리실라를 연기한 제이콥 엘로디(왼쪽부터), 케일리 스패니가 소피아 코폴라 감독과 촬영장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A24




“환상과 현실을 뒤섞는데 관심이 많아요. 명성과 부를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짐을 지게 하거든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리실라의 매혹적인 사랑을 스크린에 옮겼다. 그 시대의 우상과 사랑에 빠진 어린 소녀에서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프리실라 시점의 내러티브 영화다.

프리실라가 고급 카펫 위에 발을 딛고 걸어가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으로 오프닝 크레딧이 등장한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1980년 라몬즈의 히트곡 ‘베이비, 아이 러브 유’가 끝나고 카메라는 한 소녀의 뒷모습을 비춘다. 1959년 당시 서독의 공군기지 이글 클럽에서 과제를 하는 14살 프리실라(케일리 스패니)이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지난달 30일 버추얼 기자회견에서 “각색을 할 때 시각적 요소로 변환하는 작업이 가장 즐겁다. 관객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프리실라의 발과 눈이 되어 그녀의 경험을 함께 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1967년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실크 시폰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프리실라와 엘비스 프레슬리와 웨딩을 재현한 영화 속 장면. 사진 제공=A241967년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실크 시폰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프리실라와 엘비스 프레슬리와 웨딩을 재현한 영화 속 장면. 사진 제공=A24



프리실라 프레슬리가 집필한 1985년 회고록 ‘엘비스와 나’가 원작이다. 14세부터 28세까지의 프리실라 역은 촬영 당시 24세였던 케일리 스패니가, ‘로큰콜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역은 HBO시리즈 ‘유포리아’의 신예 제이콥 엘로디가 연기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일리 스패니는 프리실라의 시그니처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과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만큼이나 배역에 잘 어울린다. 열광적인 콘서트보다는 기타를 치고 혼자 노래하는 장면이 많아 제이콥 엘로디의 엘비스는 오스틴 버틀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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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폴라 감독은 “원작자인 프리실라 프레슬리(78)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대본 작업을 하면서 책 속에 없었던 스토리로 빈칸을 채우려고 노력했다”며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야기를 영화 분량에 맞춰 본질을 내세워 요약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고백했다. 극장에서 엘비스가 험프리 보가트의 대사를 립싱크하는 장면, 말론 브란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등이 원작에 없는 부분이다. 엘비스가 느꼈던 아티스트로서의 좌절감과 진지한 배우가 되고 싶은 열망을 부각시켜 폭력성까지 보이는 그의 몰락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보여준다.

케일리 스패니는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과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이 트레이드마크인 엘비스의 어린 아내 프리실라를 제대로 재현한다. 사진 제공=A24케일리 스패니는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과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이 트레이드마크인 엘비스의 어린 아내 프리실라를 제대로 재현한다. 사진 제공=A24


촬영은 1960년대 멤피스를 재현한 토론토의 세트장에서 30일 동안 진행되었다. 철저히 프리실라의 감정과 경험을 탐구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관점이다. 영화는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 갇힌 느낌이 지배적이다. 그래도 코폴라 미학은 여전하다. 돌리 파튼의 컨트리송 ‘I Will Always Love You’가 흘러나오면서 그레이스랜드를 벗어나는 엔딩까지 영화 속 패션과 미장센은 부드럽고 디테일이 살아있다.

1985년 출간된 책을 37년이 지나 영화로 제작한 이유에 대해 코폴라 감독은 “프리실라의 선택은 제 어머니 세대와의 연결고리가 필요했다. 70년대 초 여성이 자신의 수입 없이 신과 같이 떠받들어지던 남성과 이혼하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프리실라는 미혼모의 삶을 택했고 현 세대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리실라는 엘비스와 만난지 8년 만에 결혼하고 이듬해 딸 리사를 낳았지만 결혼 6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멤피스 마피아의 아내였던 여성들과 친해질 수 없는 고민, 고립감과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려는 압박감으로 표류하는 영화 후반부가 이유를 짐작케한다. “엘비스를 떠난 것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내 인생의 사랑이다. 다만 내게는 생활 방식의 차이가 너무 어려웠다. 어떤 여자라도 여기에 공감할 것이다” 프리실라의 회고록 서술이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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