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찰 제복에 피 묻지 않게"…방검복 무게 30% 줄이고 성능은 'UP'

[흉기난동 적극 대응…경찰 신형방검복 내년 보급]

잇따른 경찰 흉기 피습에 보호장비 중요성 커져

경찰, 2년간 연구…신형 방검장비 4종 개발 완료

방검복 무게 2.7kg→1.8kg…착용 편의성도 높여

베임방지 재킷·목 보호대 등 형사·지역 경찰에 보급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장비운영과 사무실에서 10일 윤설화 경사가 방검 내피를 착용하고 있는 기자의 가슴을 흉기로 찌르고 있다. 황아연 순경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장비운영과 사무실에서 10일 윤설화 경사가 방검 내피를 착용하고 있는 기자의 가슴을 흉기로 찌르고 있다. 황아연 순경





“최근까지도 흉기 난동으로 일선 경찰관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방검복과 같은 안전 장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0일 방문한 경찰청 장비운영과 사무실에서 신형 방검복의 개발자인 윤설화 경사는 방검복을 입은 기자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저절로 뒷걸음질 치게 만들 정도의 강한 힘으로 방검복 가슴 부분을 찌르자 ‘퍽’ 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충격이 몸으로 전달될 뿐 방검복은 과도의 날카로운 끝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베임 방지 재킷 위로 지나가는 서슬 푸른 칼날도 오싹함을 선사했지만 칼날이 지나간 자리는 아무 흔적도 없이 깨끗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장비운영과 사무실에서 10일 윤설화 경장이 베임방지 재킷을 입고 있는 기자를 과도로 긋고 있다. 이승령 기자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장비운영과 사무실에서 10일 윤설화 경장이 베임방지 재킷을 입고 있는 기자를 과도로 긋고 있다. 이승령 기자


신형 방검 장비는 윤 경사를 비롯한 경찰청 장비운영과 경찰관들이 2년 간 연구개발한 끝에 탄생했다. 윤 경사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개발에 매진 했고 현장 경찰관들의 피드백도 받았다”며 “시범 현장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올들어 칼부림 난동 등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는 경찰이 매년 수백 명에 달한다. 지난 2019년 만해도 600여명의 경찰관들이 임무 수행 중에 다쳤다. 이에 경찰청은 경찰관을 보호하고 효과적인 범인 진압을 위해 신형 방검복을 포함한 보호장비 4종을 새로 개발했다. 다기능 방검복, 방검 내피, 베임방지 재킷, 찔림 방지 목 보호대 등이 포함된 신형 장비는 내년부터 흉기 난동 등에 대비해 형사,지역경찰 등 초동조치부서부터 마약수사대, 국제수사대, 민원실까지 소외되는 부서가 없도록 우선 보급 예정이며 경찰관 기동대 대원에게도 순차적으로 보급된다. 경찰은 미국 법무부 산하에서 범죄 예방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NIJ(National Institute of Justice) 인증을 받은 소재로 제작된 신형 방검 장비 예산으로 14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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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다기능 방검복과 베임방지 자켓. 이승령 기자신형 다기능 방검복과 베임방지 자켓. 이승령 기자


구형 방탄방검복과 신형 방검복의 가장 큰 차이는 편의성. 기존 방탄방검복은 착용부터 쉽지 않다. 신형 방검복에 비해 뻣뻣한 소재와 묵직한 무게 탓이다. 윤 경사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방검복을 착용하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면 출동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단위 면적 당 무게가 줄어든 ‘아라미드’ 소재의 원단을 이용하고 경찰관 신체의 입체적 형상을 고려해 설계된 방검 내피는 옆구리 부분에 부착된 벨크로를 개방한 상태로 상의를 입 듯 입으면 쉽게 착용할 수 있다. 외부에 착용하는 다기능 방검복 또한 지퍼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이어서 초보자라도 쉽게 착용할 수 있다. 또 방검 내피는 평소 경찰관들이 착용하는 외근 조끼 안에 착용할 수 있어 출동 시 따로 외근 조끼에 부착된 무전기, 파우치 등 장비를 옮겨 달 필요가 없어 신속한 출동 준비가 가능하다.

윤 경사는 “현재 경찰이 사용하는 방검복은 2.7kg지만 신형 방검복은 1.8kg 이하로 경량화했다”며 “상반신 전체에 무게가 고루 분산 되도록 개선해 장기간 착용에 따른 피로도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안 쪽 면이 망사 소재로 마감 처리돼 줄어든 무게와 함께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기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장비 보급을 앞두고 있는 윤 경사는 “동료의 제복에 피가 묻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매진했다”며 “앞으로도 현장과 소통하면서 더 안전하고 편리한 장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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