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가자지구 4원칙' 발표…"이스라엘,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 강제 이주 불가 담아

이 "통제권 못 넘겨줘" 거절 의사

병원 공습 논란에 인질 협상 제동

EU "하마스, 민간인 방패로 활용"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1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1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전쟁 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이스라엘과 미국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에 연일 반대 의사를 표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 재점령 불가를 골자로 한 ‘가자 4원칙’을 발표해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한편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격화하면서 시내 병원의 기능이 마비되는 등 민간 피해가 계속되자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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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간) CBS 방송에서 “우리는 서안과 가자가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다시 연결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팔레스타인의 미래 구상과 관련한 미 정부의 기본 원칙을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 불가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의 영역 축소 불가 등 4가지로 구성됐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제시한 ‘포스트 하마스 구상’에 이어 전후 이스라엘이 넘어선 안 될 한계선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통제권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돌아가야 한다는 미국 측의 주장에 연일 어깃장을 놓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CNN에서 “PA는 가자의 ‘비무장화’와 ‘탈(脫)급진주의’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실패했다”며 “전후 가자에 대한 통제권을 PA에 넘길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가자지구에서 최우선 목표를 “최우선적이고 경계선을 넘어선 이스라엘의 군사적 영역 구축”으로 꼽으며 또다시 재점령을 시사했다. 아비 디시터 이스라엘 농무장관은 “지금 ‘가자 나크바’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팔레스타인인 70만 명이 고향에서 쫓겨난 사건을 뜻한다.

이스라엘군이 시가전을 본격화한 가운데 병원 공습 문제가 불거지며 인질 석방 협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병원 공격을 문제 삼아 인질 석방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병원과 알쿠드스병원은 전력 공급이 끊겨 이날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민간인 피해가 계속 커지자 공습을 강화하는 이스라엘과 민간인을 방패 삼는 하마스 양측에 대한 비난이 함께 쏟아지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성명을 내고 “하마스가 병원과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며 규탄하는 한편 이스라엘 측에도 “민간인 보호를 위해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달라”고 촉구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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