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해 말 완공한 우주정거장 톈궁에 최근 유인우주선 선저우 17호를 쏘아 올렸다. 세 명의 우주비행사가 6개월간 과학 실험이나 우주정거장 유지·보수 등을 한다. 중국은 톈궁에 매년 유인우주선 2기와 화물우주선 1~2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우주기술연구원은 지난달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74차 국제우주대회에서 톈궁의 수명이 15년 이상이라며 모듈을 현재의 2배인 6개로 확장해 다른 나라도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맞서 2045년까지 우주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우주굴기’의 한 단면이다. 평균 고도 390㎞ 궤도를 도는 톈궁은 3명의 우주비행사를 수용할 수 있다. 다만 톈궁을 2배로 키워도 우주비행사 7명이 활동할 수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무게의 40%(180톤) 정도다. 문제는 미국·러시아·유럽·일본·캐나다 등 16개국이 힘을 합쳐 2010년 완공한 ISS가 2030년 이후 퇴역하면 톈궁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내년에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을 채취할 창어 6호 발사에 나서고 2028년께 발사할 창어 8호에는 해외 파트너와 같이하기로 했다. 핵 추진 우주왕복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가항천국은 “국제 달 연구기지 사업은 세계 20개국과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호응·참여를 얻고 있다”고 했다. 미국이 유럽·일본·캐나다·한국 등과 함께 추진 중인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일본은 우주기술 개발과 우주산업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1조 엔(약 8조 6400억 원)의 ‘우주전략기금’을 최근 만들기로 했다. 이 기금을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 두고 기업과 대학을 지원하게 된다. 일본에는 인터스텔라테크놀로지·스페이스원(우주발사체), 아스트로스케일(우주쓰레기 회수) 등 우주 스타트업이 많다. 아이스페이스는 올 4월 무인 달 착륙선을 달 표면 근처까지 보냈다가 연료 부족으로 추락하자 내년과 2025년 추가 발사하기로 했다. 앞서 JAXA는 2014년 소행성(류구) 탐사선 하야부사 2호를 발사해 표면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해 2020년 말 지구로 가져왔다. NHK는 13일 “정부가 일본 우주시장을 2030년대 초 4조 엔에서 8조 엔으로 늘리기로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뉴스페이스 기반을 활성화해 일본판 스페이스X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인도도 올 8월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데 이어 9월 초 코로나 가열과 태양풍 등을 분석하는 첫 태양 관측용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앞서 2014년 발사한 화성 탐사선(궤도선)에 대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약 7500만 달러(977억 원)밖에 안 들어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 제작비(1억 달러)보다 저렴했다”고 자랑했다.
전통 우주강국인 미국·러시아·유럽 외에도 아시아 국가들이 우주대국으로 급부상하는 동안 우리는 아직 우주컨트롤타워도 구축하지 못했다. 지난해 지구 저궤도에 우주발사체(누리호)를 쏘아올린 7번째 국가가 됐지만 우주강국들에 비하면 기술·탐사, 산업기반·국방우주·인재양성·국제협력 등 한참 뒤처져 있다. 다행히 수년 전부터 우주컨트롤타워 설립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며 올해 우주항공청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국방부·외교부·국토해양부·국가정보원 등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아닌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 형태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근본적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최근 우주항공청의 연구기능과 관련해 직접 연구개발(R&D) 외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소관기관화하는 문제가 쟁점이 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지만 우주를 향한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볼 때 시간이 많지 않다.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으나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하는 29개국 중 유일하게 우주개발전담기구가 없다는 것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단 항우연과 천문연의 소관기관화뿐 아니라 ‘대통령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가우주위원회를 주재한다’는 조항을 특별법에 담아 우주항공청의 한계를 보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