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용퇴론’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윤심(尹心)을 언급하며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하자 김기현 당 대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가운데 17일 ‘양자 회동’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김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도부 등 중진 용퇴론을 띄운 혁신위의 2호 혁신안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즉각 반박에 나선 것이다.
전날 인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측이) 소신껏 맡은 임무를 끝까지, 당이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며 혁신안에 윤심이 담겨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이 같은 혁신위의 용퇴론에 대해 당 지도부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울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혁신위 조기 해체설과 관련해서는 “혁신위 내부에서 논의되는 것을 제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연일 혁신위 압박에 대한 반대 발언을 쏟아내고 총선을 지휘하는 것은 지도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혁신위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지도부의 거취가 시간이 지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이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양자 회동을 갖기로 해 상황이 수습될지 주목된다. 김 혁신위원은 “두 분이 오늘 전화 통화 후 면담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혁신위의 4호 혁신안에는 대통령실 참모의 총선 전략 공천 배제 등의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도부도 일단은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인 ‘대사면’ 의결 이후 2호·3호 혁신안에 대해 의결 없이 지켜보며 직접적인 충돌은 자중하는 상황이다. 이날 혁신위는 최고위원회의에 내년 총선에서 청년 공천 비중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3호 혁신안을 보고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의 갈등 전선에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혁신위에서 대통령실이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는 얘기에 “당에서 알아서 하시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