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해킹 아니라면서…하루종일 원인 못찾아

[전국 행정망 먹통]

◆ 복구작업도 지지부진

보안 인증서 장애로 민원업무 마비

네트워크 장비 교체에도 불통 여전

서버 통합관리 허점 여실히 노출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전산장애로 인한 민원 처리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성형주 기자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전산장애로 인한 민원 처리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성형주 기자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올스톱되는 전국 행정망 먹통 사태에도 정부는 하루가 넘도록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오전 9시 이전부터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정작 복구는 크게 지연됐다. 행정안전부가 곧장 복구를 완료할 것으로 판단한 나머지 후속 대응에도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행안부에 따르면 시군구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행정전산망인 ‘시도새올’ 행정 시스템 오류는 보안 인증 관련 문제 때문으로 추정된다. 공무원들이 업무 시스템에 접속하는 인증서(GPKI)에 장애가 생겨 민원 업무가 마비된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 전용 인증서 모듈에서 약간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라우팅이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트래픽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네트워크 장비다. 라우팅 알고리즘에 입력되는 변수 값이 잘못되거나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트래픽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즉, 이 과정에서 인증을 하지 못하니 연쇄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전국적으로 문제가 확산된 것이다. 2021년 KT의 인터넷·모바일·IPTV·전화 등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 배경도 라우팅 오류에 따른 전산 장애였다. 당시는 장애 발생 1시간 이내에 순차적으로 복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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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사고 발생 후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관련 공무원과 네트워크 장비 업체 직원 등 수십 명을 투입하고도 결국 공공기관 업무 시간 내에 복구를 완료하지 못했다. 행정전산망 시도새올과 정부24의 서버·네트워크 장비는 대전광역시에 있는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있다. 이와 관련해 관리원은 16일 시스템 개선을 위한 네트워크 장비 패치 작업을 진행했다. 이 패치 작업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부분의 광역 및 기초지자체는 행안부의 시스템을 사용한다. 행안부가 일원화해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버를 통합 관리하는 방법이 현재 추세라고는 하지만 시스템 일원화로 온라인 서비스뿐 아니라 전국이 한 번에 먹통이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통합 관리 체계의 문제에 대해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앙 집중화된 시스템을 유지하되 똑같은 기능을 하는 서버를 여러 개 두는 식의 보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염 교수는 또 복구가 지연된 원인에 대해서는 “서버, 백업, 네트워크 트래픽 파트와 관제 시스템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관여자가 워낙 많아 우왕좌왕하다 보면 복구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며 “재난 대응 체계를 좀 더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도새올 시스템 이용자와 이용 기관이 크게 많아짐에 따라 데이터가 방대해지면서 서버가 감당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지자체로 내려가는 데이터가 무척 많은데 합치지 못하면 중복되는 것이 많다”며 “이걸 행안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형임 기자·이승령 기자·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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