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자 반도체가 다시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4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업황이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삼성전자(005930)는 연중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왔고 주가 움직임이 가벼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주 중 일부는 일주일 만에 20% 넘게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자산운용 업계도 반도체 주도 장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신한자산운용이 올해 4월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한 ‘찐’ 소부장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습니다. 하반기에는 각 운용사들이 일본 반도체 ETF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번 선데이머니카페에서는 반도체 랠리에 대비하는 자산운용 업계의 움직임과 구체적인 반도체 전망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다양해지는 반도체 ETF 라인업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ETF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반도체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반도체를 테마로 시장에 상장된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반도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 두 개에 불과했죠. 그마저도 두 상품은 기초 지수로 하는 ‘KRX 반도체 지수’가 삼성전자를 편입하지 않아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오명이 붙었습니다. 올해 9월이 돼서야 IT로 구분돼 있던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종에 포함되면서 오명을 벗기는 했지만, 사실상 2년 전까지만 해도 구색을 갖춘 반도체 ETF가 전무했던 거죠.
2021년부터는 각 자산운용사가 자사의 전략을 담은 ETF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됐습니다. 2021년 이후 출시된 반도체 ETF는 22개에 달합니다. 국내 반도체 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ETF부터 비메모리만 추린 상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고 국내 소부장주만 담은 상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부터 국내와 해외의 핵심 반도체 업체들을 결합한 ETF까지 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순자산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올해 초 1조 8100억 원이던 반도체 ETF들의 총 순자산은 최근 4조 1300억 원으로 2배 넘게 커졌습니다.
최근에도 반도체 ETF 라인업을 강화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달 21일에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나란히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소부장 업체를 담은 ETF를 상장할 예정입니다. 삼성의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ETF’는 한미반도체(042700), ISC(095340), 리노공업, 대덕전자 등 국내 주요 장비주를 담습니다. 반면 미래에셋은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구분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짰습니다. 국내에서 반도체 소부장으로 ETF를 꾸린 것은 신한자산운용의 ‘SOL 반도체소부장Fn ETF’ 뿐이었는데, 상장 이후 순자산이 3000억 원을 가뿐히 넘어서면서 큰 관심을 끌자 국내 대형 운용사들도 흐름에 발맞춰 반도체 소부장 테마의 ETF를 내놓는 것입니다.
올해 반등했지만 기대엔 역부족…반도체주 내년엔 날아오를까
자산운용 업계가 반도체 ETF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은 내년 반도체 업종이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관련 종목들도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실제 3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4분기부터는 감산,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업황이 오름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고 AI향 HBM 매출이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반도체 수출량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우호적인 흐름도 형성되는 분위기입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HBM3, HBM4 등 고부가 가치 D램 시장에서 어느 업체가 주도권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차별화될 것”이라며 “아직 메모리가 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하지 않았고 HBM3E의 파급효과를 확인하기 전이라 내년 꾸준한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며 투자에서도 반도체는 안정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주를 쓸어 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분석됩니다. 11월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 6789억 원 사들였습니다. SK하이닉스도 5307억 원이나 순매수했죠. 이 밖에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한미반도체도 550억 원어치 사들이면서 큰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7만 2000원 선을 돌파했고 SK하이닉스도 13만 원까지 주가가 올랐습니다. 아울러 증권업계의 목표주가 상향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9만 1000원까지, SK하이닉스는 15만 4900원까지 올라왔습니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 역시 “역사적으로 반도체 시장은 경기 반등 국면마다 상승 사이클에 진입해왔으며 내년 반도체 연간 성장 규모는 12%로 예상된다”며 “내년 3분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과거 사이클에 비춰봤을 때 10월 나타났던 D램과 낸드 고정가격 동시 상승이 추세적 상승일 가능성이 높고 내년 스마트폰, PC 출하량이 3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근거”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