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TV 연설에 등장해 “이번 전쟁은 전력을 다해 전개되고 있으며 승리 외에는 어떤 대안도 없다”며 “총력(full force)을 다해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불과 며칠 전 미국 백악관이 “하루 4시간씩 가자지구에서 일시 교전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뒤였다. 일시적 교전 중지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을 거부하는 사실상의 ‘마이웨이’ 선언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18일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교전 중지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합의가 현실화할 경우 이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와 미국의 요구를 결국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19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이 “협상 타결의 걸림돌은 실무적인 (인질) 인계 방식상의 문제”라고 밝히며 인질 석방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전쟁이 6주째에 접어들면서 국제사회에서는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많이 늘어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에서 교전 일시 중지 또는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네 차례 연속 부결됐지만 문구를 수정하는 등의 노력으로 결국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미국·영국이 기권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거부권은 사용하지 않았다. 결의안 채택 자체를 막지 않았다는 의미다. NYT는 이날 가자지구에서 숨진 어린이(5000여 명)가 지난 한 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20여 개국에 걸친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서 사망한 어린이를 모두 합친 수(2985명)보다 많다고 전했다. 케네스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시간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이스라엘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스라엘 측이 교전 일시 중지에 합의할 경우 국제 여론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교전 중지에 앞서 이스라엘이 공격의 강도를 올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알시파병원 장악 이후 다음 공습 목표로 지목했던 자빌리아와 베이트라히야·자이툰 인근 지역을 집중 공격하는 등 시가전을 확대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매일 줄어들고 있다”며 “이는 가자지구 남부에서도 며칠 안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 작전을 조만간 남부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 은신하던 하마스 지도부와 조직원들이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시 중지가 이뤄지더라도 앞으로 가자지구 통치 체계 등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의 대립 가능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두 국가 해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의 안보를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형태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우리가 싸워 이 모든 것을 끝낸 후에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두 국가 해법에 대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