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에 종교적·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불교계 신흥 종교 단체 창가학회의 이케다 다이사쿠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95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케다 회장은 15일 도쿄 신주쿠구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장례식은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1928년 1월 도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에 창가학회에 들어가 1960년 32세 나이로 3대 회장직에 취임했다. 1975년에는 국제창가학회를 결성해 190개 이상 국가와 지역에 12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단체로 키웠다. 한국에서도 SGI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창가학회 회원 수는 일본 내 827만 세대, 해외에서는 280만 명에 이른다. 1979년에는 창가학회 회장에서 퇴임한 후 명예회장의 자리에 올랐다. 명예회장이 된 후에도 계속 실권을 행사했으며 초대 회장인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도다 조세이 2대 회장과 함께 ‘영원한 스승’으로 불린다.
고인은 집권 자민당과 함께 정권을 운영하는 연립 여당 공명당의 전신 ‘공명정치연맹’을 1961년 세우며 정치계로도 영향을 넓혔다. 공명당의 지지층은 창가학회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학생 주체 교육이 평화로운 생명 존엄 사회를 구축하는 기반이라는 신념에 따라 1971년 일본에 소카대, 2001년 미국 소카대(SUA)를 창립했고 동양철학연구소·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도다기념국제평화연구소 등도 만들었다.
고인은 대표적인 지한파로도 유명하다. 일본 군국주의화에 초지일관 반대 입장을 유지했고 한국에 대한 우호 발언도 과감하게 했다. 일례로 평소에도 일본 학생들에게 세종대왕·이순신·유관순·안창호 등 한국 위인에 대해 강연했고 재일 한국인의 참정권을 요구하는 등 왕성한 한일 우호 활동을 했다. 과거 일본 학생 수천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잔 다르크로 불리는 여학생 유관순”을 소개하는가 하면 “한민족 독립운동의 아버지 안창호는 일본의 비열한 침략과 끝까지 싸운 위대한 투사로서 몇 번이나 감옥에 투옥됐다”고 강연한 적도 있다. 또 한국을 ‘문화대은(文化大恩)의 나라’라고 강조하며 일본의 조선 침략을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이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한국외대와 충북대·경남대 등 여러 한국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소설 ‘인간혁명’ 등을 집필했고 ‘지구혁명을 위한 도전’ 등 일부 서적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케다 회장의 부고를 접하고 깊은 슬픔을 견딜 수 없다”며 “국내외에서 평화·문화·교육 추진에 힘쓰고 중요한 역할을 다해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고 추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