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직'이라던 英 수낵 정권, 감세 나서나[뒷북 글로벌]

22일 가을 예산안 발표 앞두고

헌트 재무장관 "성장 집중할때"

상속세율 40→20% 인하 검토

재정 여유분 증가·내년 총선 등

복합 상황에 '방향전환' 해석도





감세에 부정적이었던 영국 리시 수낵 정부가 상속세와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고 세부 내용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이 22일 ‘가을 성명’ 발표를 앞두고 현행 40%인 상속세율을 절반으로 낮추고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세금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을 성명은 재무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가을 예산안 및 중기 재정 전망을 발표하는 자리다. 더타임스는 헌트 장관이 상속세율을 30%나 20%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다음 보수당 총선 공약에서 ‘전면 폐지’를 약속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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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장관은 일명 ‘성장을 위한 가을 성명’을 앞두고 20일 영국 재계를 대변하는 영국산업연맹(CBI)의 연례 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임을 알리며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CBI와 Make UK, FSB등 기업을 대표하는 모든 기관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Make UK는 영국 제조업체들을 대표하는 무역단체이며 FSB는 중소기업협회다.

영국의 상속세는 32만 5000파운드(5억2500만원) 이상의 유산에 대해 기본적으로 40%가 부과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개정안에서는 부과 기준을 32만 5000파운드에서 50만 파운드로 늘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주 거주지를 자녀나 손자녀에게 상속하면 과세 기준이 50만 파운드 올라가는데 이 혜택을 없애고 모든 사람에 대한 한도를 50만 파운드로 올린다는 것이다.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EPA연합뉴스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EPA연합뉴스


앞서 여당인 보수당은 ‘상속세의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으나 수낵 정권은 당장의 감세를 두고는 ‘아직은 아니다’라는 완강한 입장을 취해 왔다. 여당의 압박에도 버텨오던 정부지만, 최근 재정에 여유가 생기면서 기류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 추산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재정 여유 분은 올 3월 65억 파운드에서 최근 130억 파운드로 급증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져 차입 비용 부담이 완화한 데다 임금이 늘어 세입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정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헌트 장관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10월 인플레 수치가 6.7%에서 4.6%로 하락했음을 언급하며 “영국 경제가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금은 성장과 세금 부담 감소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를 둘러보면 가장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며 번영하는 경제는 일반적으로 세금 부담이 낮은 북미와 아시아에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를 두고 “‘지금은 대대적인 세금 감면의 시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온 기존의 입장과는 현격한 대조를 이루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가을 예산안에는 소규모 사업체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기준 상향 및 설비 투자액 공제 연장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감세로 다수 일반 국민에 대한 복지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속세율 인하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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